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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1(초능력, 소문, 나의 카운터 생활)

by eunhaji 2026. 6. 23.

 

초능력

혹시 살면서 ‘나한테도 엄청난 초능력이 생기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최근에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1>을 다시 정주행 하면서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답니다. 절름발이 소년이었던 주인공 소문이가 하루아침에 달리기 선수를 능가하는 힘을 얻고, 악귀를 물리치는 히어로인 ‘카운터’가 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진짜 눈물을 훔치고 감동했던 건 화려한 액션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소문이를 진짜 가족처럼 품어주고 상처를 치료해 주는 국숫집 카운터들의 따뜻한 밥상과 패밀리십이 감동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집 거실이 떠올랐답니다. 주말마다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끄럽게 조잘대는 두 아이와, 일주일 동안 직장에서 치여 피곤할 텐데도 아이들 장난을 다 받아주는 남편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사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엄마들에게는 악귀를 잡는 융의 땅 같은 거창한 초능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아이들 등교를 돕고, 퇴근 후 지친 몸으로도 가족을 위해 따뜻한 찌개를 끓여내는 것 자체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경이로운 초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카운터들과 우리 집 가족의 모습은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현실 속 남편은 가모탁처럼 엄청난 근육질 괴력은 없고, 저 역시 추매옥 여사처럼 상처를 단번에 치유하는 능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해 짓는 따뜻한 미소와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가 우리 집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 되어줍니다. 드라마가 주는 통쾌함 이면에 자리 잡은 따뜻한 가족애 덕분에, 평범한 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참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

내가 소문이라면

만약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소문이처럼 하늘의 선택을 받아 괴력을 가진 카운터가 된다면 어땠을까요? 드라마 속 소문이는 처음엔 당황하면서도 정의감에 불타올라 용기 있게 세상의 불의와 맞서 싸우는 아이 입니다. 학폭을 일삼는 나쁜 아이들을 혼내주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앞장서는 모습이 참 기특하고 대견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보는 내내 엄마의 마음으로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미어지기도 합니다. 부모를 잃은 큰 아픔을 가진 그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세상의 악이라는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고 위험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소문이처럼 그렇게 매번 앞뒤 안 가고 위험한 전쟁터 같은 현장 속으로 덜컥 뛰어들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고 정의로운 일이라 해도, 우선은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내 자신을 지키는 게 먼저라는 겁이 났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고 나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내가 아프거나 잘못되어서 내 가족에게 슬픔을 주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저는 악귀를 잡으러 가기 전에, 든든한 동료인 가모탁이나 추 여사님 뒤에 한 걸음 물러서서 "정말 안전한 거 맞죠?" 하고 몇 번이고 확인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소문이의 그런 거침없는 용기와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드라마가 성립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지만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너무 어린 나이에 모든 짐과 위험을 혼자 짊어지게 만든 전개는 조금 가혹하다는 생각에 비판적인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변의 어른들이 조금 더 단단하게 울타리가 되어주고 보호해 주었더라면, 소문이가 그토록 처절하게 다치고 고통받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웅도 좋고 정의도 좋지만, 역시 엄마의 시선에서는 그저 내 아이가 다치지 않고 평범하게 행복한 것이 최고라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나의 카운터 생활

이번에는 재미있는 상상을 한 발짝 더 뻗어서, 제 성격 그대로 드라마 속에 쏙 들어가 각색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 저는 평소 일할 때나 일상에서나 철저하게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마감 기한이나 절차를 정확하게 지켜야 마음이 편하고, 후배들에게도 따뜻하지만 때로는 원칙을 강조하는 조금은 깐깐한 선배이기도 합니다. 이런 제 성격을 그대로 살려 <경이로운 소문 1>을 다시 짜본다면, 아마 우리 국숫집 카운터 팀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을 것입니다. 우선 감정에 치우쳐서 일단 주먹부터 나가거나 규칙을 어기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승 파트너들이 있는 '융'의 규칙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매뉴얼을 만들어서, 악귀가 나타나면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뛰어들기보다는 완벽한 작전 계획서부터 짜서 공유했을 것입니다. "모탁 씨, 오른쪽 골목 배치 5분 전입니다", "하나 씨, 레이더망 거리 정확히 유지하세요" 하면서 마치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듯 아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악귀를 소탕하는 것입니다. 소문이가 감정이 앞서서 폭주하려고 할 때도, 든든하고 이성적인 멘토가 되어 "마음이 앞서면 일을 그르친다"라며 중심을 꽉 잡아주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장인들의 가장 중요한 복지인 '워라밸'을 카운터들에게도 확실하게 챙겨주었을 것입니다. 밤낮없이 악귀 잡느라 뼈마디가 쑤시는 우리 팀원들을 위해, 주말 교대 근무조를 편성하고 정기 휴가도 휴게실 칠판에 딱 적어놓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추매옥 여사님과 가모탁 씨에게도 온전한 휴식을 주고, 맛있는 국수를 파는 낮 영업시간도 효율적으로 조정해서 다 함께 상생하는 건강한 일터를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감정적인 드라마 본래의 전개도 절절하고 좋았지만, 이렇게 이성적이고 원칙적인 리더가 이끄는 카운터 팀의 활약도 색다르고 참 통쾌하지 않았을까요? 지금까지 상상하기 좋아하는 중년여성의 글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ztYBjHn1nU&t=600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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