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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수는 없다(무게, 가장, 남성미)

by eunhaji 2026. 8. 2.

 

가장의 무게

작품 속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40대 가장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20대 시절 회사에 입사해 7년 동안 다니고 삼십대에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경력단절을 겪은 후 다시 사회에 진입한 입장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가장의 마음은 결코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40대가 되어 다시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금,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르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섰을 때 반겨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힘을 내지만, 때로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감이 어깨를 눌러올 때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예전 같지 않으신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곧 중학생이 되는 큰아이와 초등학생 둘째 아이의 교육비, 생활비 생각을 하면 무엇부터 줄여야 할지 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주변 모임에 나가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가장의 외로움과 책임감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점은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전해주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뒤로하고 매일 현장으로 나아가는 우리 시대 모든 가장들의 발걸음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내가 가장이라면

만약 남편이 집안일을 전담하는 주부가 되고 사십대인 내가 온전히 가계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된다면 구필수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깊이 고민해보게 됩니다. 극 중 구필수는 오직 가족의 안위를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고되고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과감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그처럼 대책 없이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기보다는 훨씬 더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였을 것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원칙과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상, 확실한 대안이나 치밀한 사업 계획 없이 무작정 자영업에 뛰어드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가계 지출 구조부터 철저히 분석한 뒤, 내가 가진 전문 자격증과 직장 경험을 활용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직군을 찾아 발로 뛰었을 것입니다. 집에서 살림과 육아를 맡아주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가계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투명하게 관리했을 것입니다. 곧 중학생이 되는 큰아이의 사교육비와 늘어나는 가계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미래를 대비했을 것입니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열정 하나만으로 무작정 현장에 뛰어드는 방식은 자칫 집안 전체를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가장일수록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냉철한 이성으로 가계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내가 남성미라면

남성미라는 인물이 겪는 갈등과 선택들을 내 성격대로 다시 풀어낸다면 한층 당차고 주체적인 서사로 완성되었을 것입니다. 현재 직장맘으로 살아가며 곧 중학생이 되는 큰아이와 초등학생 둘째를 키우는 입장에서, 남성미가 보여준 수동적인 태도와 남편의 사업 실패에만 끌려다니는 모습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내가 남성미의 상황이었다면 남편의 사업이 휘청거릴 때 단순히 우울해하거나 남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입니다. 과거에 가지고 있던 역량과 경험을 살려 곧바로 재취업을 알아보거나 자기개발을 통해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하며 가계 소득의 한 축을 직접 담당했을 것입니다. 직장맘으로서 아이들에게 스스로 노력하며 삶을 일구어 나가는 엄마의 당당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예민해진 큰아이의 학업과 진로 문제에 대해서도 남편과 대등한 위치에서 논리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무조건 남의 시선을 의식해 비싼 학원에 보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아이의 실제 성향과 역량을 면밀히 파악하여 현실적인 교육 방향을 제시했을 것입니다. 가정 내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 관망하기보다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에게 더 깊은 공감과 용기를 주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FCqIp1qJ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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