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과 악의 경계
드라마 나쁜형사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해 오히려 법의 선을 넘나드는 모습은 강렬한 충격을 줍니다. 악인을 처단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도 가끔 뉴스나 주변 이야기를 들으며 분통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는 발생하는데 가해자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답답함이 밀려오곤 합니다. 일상 속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마주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규정과 효율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절차를 모두 거치자니 일 처리가 느려져 팀원 전체가 고생하고, 약간의 편법을 쓰자니 양심에 걸립니다. 남편과 집안일이나 아이들 양육 방식을 두고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초등학생 두 아이를 교육해야 할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감싸주어야 할지 매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연세가 드신 부모님을 모실 때도 정답이 없어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작품은 이러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어둡고 치밀하게 연출해 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시청자를 몰입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적 복수에 가까운 응징을 가하는 태석의 행보는 시원함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남깁니다. 선을 행하기 위해 악이 되어야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반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결국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그 사이에서 올바른 가치를 지켜내려는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모임이나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자기 중심을 잃지 않고 바른길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함을 절감합니다.
은선재
은선재라는 인물은 천재적인 지능을 가졌지만 양심과 공감 능력이 부재한 사이코패스로 등장합니다. 태석이 자신을 추적하면서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잡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를 게임처럼 즐기는 모습이 나옵니다. 만약 그 상황에 놓였다면 결코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양심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면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을 것이 분명합니다. 쫓기는 삶이 주는 공포와 죄책감은 그 어떤 처벌보다 무거운 지옥일 것입니다. 평소 직장에서 일할 때를 돌이켜보면 조그만 실수 하나만 생겨도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서류에 숫자를 잘못 기재하거나 보고서에 오류가 발견되면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그럴 때마다 숨기거나 미루지 않고 즉시 상사에게 보고한 뒤 바로 수정하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밤에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고 가슴을 짓누르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에게 작은 거짓말을 하거나 초등학생 두 아이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느끼는 미안함도 크게 다가옵니다. 하물며 커다란 죄를 지은 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형사의 추적을 피하며 유유자적 즐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드라마 속 선재의 아슬아슬한 태도는 극적 재미를 더해주는 장치이지만, 동시에 비현실적인 사이코패스의 냉혹함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죄의식 없이 타인의 고통을 이용하고 자신을 향한 수사망을 비웃는 모습은 섬뜩함을 자아냅니다. 이를 통해 도덕성과 양심이라는 가치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 해도 타인과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 삶은 결국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정직함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올바른 전춘만 이였다면
전춘만은 과거의 과오를 덮기 위해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안위와 출세를 위해 타인을 모함하는 비열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만약 전춘만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면 전혀 다른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부끄럽게 여기고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더욱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격과 삶의 궤적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직장 생활이나 사회 모임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는 깨어지고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됩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실수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그것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과정이 성장의 기회라고 가르칩니다. 잘못을 덮으려 거짓말을 보태다 보면 더 큰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어야 합니다. 만약 전춘만이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했다면, 능력을 바른 곳에 쓰며 훨씬 존경받는 경찰이 되었을 것입니다. 더불어 주변에 태석처럼 능력 있고 소신 있는 동료나 상사가 있다면 그를 질투하고 모함하기보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본받으려 했을 것입니다. 뛰어난 점을 인정하고 옆에서 배우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남편이나 주변 지인들 중에서도 나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드라마에서 전춘만이 끝까지 자존심과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과정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안의 이기심과 약점을 대변하는 것 같아 타산지석으로 삼게 됩니다. 과거의 실수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