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입견의 오류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였던 부분은,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아주 당연하고도 깊은 진리였습니다. 주인공 서지환은 험악한 인상과 어두운 과거라는 배경 때문에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부하 직원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따뜻한 리더였습니다. 반면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기적이고 냉혹하게 구는 모습들이 드라마 속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저는 이런 연출이 참 마음에 들었고, 선입견을 깨부수는 이야기 전개에 깊이 공감하며 주인공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우리의 현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이나 직장생활 속에서도 매일같이 마주하는 풍경입니다. 제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했던 말 중에 "엄마, 새로 온 친구는 얼굴이 무섭게 생겨서 같이 놀기 싫어"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다. 겉으로 무뚝뚝해 보여도 마음속에는 천사 같은 다정함을 숨겨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 얘기해줍니다. 이러한 선입견의 오류는 어른들의 세계인 직장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됩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도 첫인상이 너무 날카롭고 매서워서 다가가기조차 겁이 났던 상사 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눈만 마주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웠지만, 함께 오랜 시간 일을 겪어보니 누구보다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뒤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상처받지 않게 묵묵히 챙겨주시는 든든한 멘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앞에서는 온갖 달콤한 말로 위하는 척하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드라마가 보여준 것처럼 사람의 진면목은 겉포장지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말과 행동의 진심에서 드러나는 법이라는 것을 다시금 깊이 깨닫습니다.
내가 고양희였다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주인공들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악행을 일삼는 악역 고양희를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서지환에게 깊은 열등감을 느끼며 어떻게든 그를 다시 어둠의 구렁텅이로 끌어내리려 안달이 난 인물입니. 만약 제가 드라마 속 고양희였다면, 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남을 미워하고 깎아내리느라 제 소중한 인생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미련한 짓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를 향한 열등감과 원한은 결국 남을 해치기 전에 내 영혼부터 갉아먹는 가장 무서운 독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양희였다면, 서지환이 과거를 멋지게 청산하고 사회적 기업의 번듯한 대표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오히려 그를 철저히 벤치마킹했을 것입니다. "저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었다면, 나라고 못 할 게 뭐가 있겠어?"라는 마음으로, 제 안의 오기와 자존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렸을 것입니다. 과거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떳떳하고 당당하게 양지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저만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거나 정당한 방법으로 경쟁하여 서지환보다 더 멋진 성공을 거두기 위해 온 힘을 쏟았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부하들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스스로도 행복하고 떳떳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드라마 속 고양희는 끝까지 집착을 버리지 못해 자멸하는 길을 택해 참 안타까웠습니다. 실제로 우리 아줌마들의 일상에서도 이런 '고양희' 같은 마음이 불쑥 찾아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웃집 누구네 남편이 이번에 승진을 했다더라, 어떤 집 자식이 경시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다더라 하는 소문이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부러움이 시기심으로 변하려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습니다. 남의 성공을 시기하고 질투해 봐야 우리 가족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부러운 에너지를 원동력 삼아, 매일 고생하는 우리 남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건네고, 아이들의 숙제를 한 번 더 다정하게 봐주는 편이 백번 천 번 이롭습니다. 타인을 향한 질투를 나의 발전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건강한 자극제로 바꾸는 것, 그것이 진짜 현명한 어른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성적인 고은하
제가 고은하라면 로맨스의 달콤함에만 치중하기보다 상처받은 이들을 더 안정적으로 품어주는 조금 더 단단하고 성숙한 휴먼 드라마로 내용을 바꾸어보고 싶습니다. 서지환의 회사가 겪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해결하기 위해 조금 더 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했을 것입니다. 지환이 이끄는 '목마른 사슴'의 직원들이 사회에 완벽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세워주고 그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동참했을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신뢰와 밝은 미소도 좋지만, 때로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규칙과 삶의 나침반을 선물하는 것이 상대방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감성 위에 차분한 이성과 원칙이 더해진다면, 그들의 사랑과 연대는 그 어떤 시련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단단해졌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제가 가정과 직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집에서 아이들을 키울 때도 저는 무조건 다정하게 받아주기만 하는 엄마는 아닙니다. 숙제나 정리정돈 같은 기본 생활 습관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규칙을 세우고 지키도록 지도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 과정을 힘들어할 때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려 노력합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배들에게 업무적인 원칙과 책임감은 냉정할 정도로 엄하게 강조하지만, 그들이 실수를 하거나 기가 죽어 있을 때는 따뜻한 밥 한 끼 사주며 다독이는 든든한 선배가 되고자 합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제 성격대로 이야기를 바꾸어보아도, 결국 인간관계의 핵심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포용'이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번 드라마는 저에게 일상과 일터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 참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