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의 재구성
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은 정당한 방법으로는 바로잡기 힘든 불의에 맞서, 사기라는 파격적인 수단으로 악당들을 응징하며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과 부를 축적한 이들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답답함을 유발하지만, 팀원들이 합심하여 그들을 무너뜨리는 과정은 깊은 청량감을 줍니다. 현실에서도 법이나 규정이 모든 억울함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조리한 순간들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직장 생활에서 열심히 노력한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거나 몰염치한 이들에게 공을 빼앗길 때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모임이나 인간관계에서도 규칙의 허점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이들을 마주하면 분통이 터지곤 합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을 뵈러 갈 때마다 접하게 되는 부당한 소식들이나, 초등학생 두 아이가 학교와 학원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겪는 불합리한 상황들을 들을 때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남편과의 대화 속에서도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해 개탄하는 일들이 늘어갑니다. 이 작품은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힘을 모아 맞서는 모습으로 유쾌한 대리만족을 줍니다. 비록 사기라는 수단 자체가 도덕적으로 온전히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고 연출상 일부 비현실적인 전개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지만, 약자의 편에 서서 불의를 바로잡고자 하는 단단한 주제의식만큼은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고나별의 도둑질
만약 고나별의 상황이 되어 물건을 가져와야 했다면,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화려한 침투 방식은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소 위험을 최소화하고 내면의 질서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성격상, 건물 벽을 타고 오르거나 위험한 와이어에 몸을 맡기는 식의 과감한 행동은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철저하게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고 모든 변수를 예측한 뒤, 가장 위험 부담이 적고 확실한 경로를 통해 침투하는 방식을 취했을 것입니다. 일상에서도 무슨 일을 추진할 때 즉흥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사전에 계획을 촘촘히 세우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입니다.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거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예외 상황을 미리 계산하여 완벽하게 준비해야 비로소 안심이 됩니다. 다양한 모임에서도 돌발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가정에서도 두 아이의 양육과 교육 계획을 세울 때나 남편과 집안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연로하신 부모님을 챙길 때 역시 언제나 신중함을 바탕으로 안전한 선택을 내립니다. 따라서 현장에 침투할 때도 화려한 몸동작보다는 완벽한 사전 조사와 치밀한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움직였을 것입니다. 대상 건물의 도면과 보안 시스템의 허점을 완벽히 파악한 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가장 평범한 경로로 들어갔을 것입니다. 유유히 물건만 확보한 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나오는 조용한 방식을 택했을 것입니다. 비록 극적인 긴장감이나 시각적인 화려함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실수를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도둑질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태준의 변화
직접 이태준이 되어 팀을 이끄는 리더로 이야기를 다시 풀어낸다면, 지나친 원칙주의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실 본래 성향 자체도 원칙과 규범을 중시하는 편이라 처음에는 철저하게 법과 절차만을 고집했던 이태준의 모습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갈수록 엄격한 원칙만을 고수하는 것이 때로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일을 해결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 삶에서도 이러한 유연성의 필요성을 자주 느낍니다. 부모님을 대할 때나 남편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이해해 주는 태도가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울 때도 규칙만을 강요하기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때 아이들이 마음을 엽니다. 직장이나 여러 사회적 모임에서도 원칙만 고집하는 고지식한 사람보다는, 중심을 지키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소통하고 타협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깊은 신뢰를 얻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따라서 리더로서 서사를 다시 쓴다면, 정의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지나치게 경직된 원칙만을 고집하여 팀원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기존의 틀과 규칙을 깨뜨릴 줄 아는 배짱과 융통성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팀원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상황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는 유연한 리더가 되었을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원칙 고수로 인해 팀 내부의 갈등을 유발했던 일부 전개는 비판적으로 보이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나와 한층 넓은 품으로 팀을 품어 안는 리더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깊은 울림과 잔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