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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현실 레벨업, 곽한철, 박길우)

by eunhaji 2026. 9. 15.

 

현실 속의 레벨업


드라마 <레벨업>은 부도 위기에 처한 게임 회사 조이버스터를 살리기 위해 냉철한 구조조정 전문가 안단테와 열정 넘치는 기획팀장 신연화가 손을 잡고 신작을 개발해 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 작품은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라는 틀을 빌려 이야기하지만, 사실 일터에서 매일 고군분투하는 우리네 일상과 참 닮아 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부도 직전의 회사처럼 막막하고 답답한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작품 속에서 서로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티격태격하면서도 끝내 합을 맞추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장면을 보며, 직장 생활에서 겪었던 수많은 갈등과 화해의 순간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회의실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밤새 논쟁을 벌이면서도 결국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나이가 들고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일이라는 것은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타인과 합을 맞춰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가족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남편, 하루가 다르게 자라며 저마다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두 아이들, 그리고 연세가 드시면서 점점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한 부모님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겪는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때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마찰이 생기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지탱하는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은 드라마 속 조이버스터 임직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드라마가 지나치게 전형적인 로맨스 공식에 의존하거나 일부 사건 전개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풀어지는 아쉬움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전진하여 상황을 반전시키는 과정은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이겨내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해줍니다. 인생이라는 긴 게임에서 진정한 성장이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daily 일상 속에서 작은 시련들을 하나씩 이겨내며 조금씩 단계를 올려가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내가 곽한철이라면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주인공 안단테보다는, 오히려 묵묵하고 성실한 곽한철이라는 인물에게 훨씬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곽한철은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고 풋풋한 신입사원이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업무 기준 앞에서는 쉽게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단 있는 인물입니다. 선배나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예의를 갖추면서도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무조건 상사의 말에 복종하는 사람보다,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을 갖추되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소신 있게 의견을 내는 후배나 동료가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지를 말입니다. 안단테라는 거대하고 능력 있는 상사를 바라보며 느꼈을 질투와 부러움이라는 인간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를 향한 예의와 존중을 잃지 않는 모습은 참으로 진국이었습니다. 저런 태도로 사회생활에 임한다면 그 어느 조직에서나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인물을 보며 스스로의 삶의 방식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눈에 띄는 화려한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며 착실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창 시절이나 젊은 날에는 늘 남들보다 앞서나가야 하고 주목받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신의 자리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차근차근 성실함을 쌓아가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게 됩니다. 퇴근 후 가지는 소소한 모임에서 사람들과 솔직한 담소를 나누고, 직장에서는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며 동료들에게 신뢰를 주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성숙입니다. 곽한철처럼 타인을 진심으로 동경할 줄 아는 겸손함과 나 자신의 일에 대한 곧은 소신을 균형 있게 지켜나가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타인의 빛나는 성공을 시기하기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마음가짐, 동시에 내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착실히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현실적인 사회인의 표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박길우였다면


주인공 안단테의 그늘 뒤에서 유쾌하고 부드럽게 전체 흐름을 조율하는 박길우라는 캐릭터 역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개인적으로도 조직이나 집단에서 맨 앞에 서서 전체를 끌고 가는 리더의 역할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상황을 살피고 보좌하며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조력자의 역할이 훨씬 마음 편하고 적성에 맞습니다. 무대의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그 무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뒤에서 지지대를 세워주는 사람의 존재는 무엇보다 막중합니다. 박길우는 자칫 딱딱하고 냉정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유쾌한 위트로 풀어내고, 겉으로는 깐깐해 보이는 안단테가 본래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옆에서 든든하게 잡아줍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조언을 건네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가정 내에서 부모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주도성과 자율성입니다.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저렇게 해라" 하고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답을 정해주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박길우가 안단테나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은근한 질문과 조력으로 스스로 길을 찾게 도와주듯, 부모 역할 역시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평소 집에서 아이들에게 "이 방법을 써보는 건 어떨까?", "너희 생각은 어떠니?"라고 물어보며, 아이들 스스로 고심하고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주고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감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부모의 참된 역할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부모님을 모시고 챙겨드려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될 때도 이러한 경청과 조력의 자세는 꼭 필요합니다. 내 주장만 앞세우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뒤에서 따뜻하게 밀어주는 박길우 같은 삶의 태도는, 직장과 모임,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관계를 더욱 부드럽고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지혜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l-Z9sjKB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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