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연인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품는 착각이자 가장 많은 이별을 만들어낸 원인입니다. 저도 한때 그 착각 속에서 살았고, 파스타 먹고 싶다는 못 말해서 데이트를 망친 날도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면 굳이 말 안 해도 통한다는 믿음이 실제로는 얼마나 허술한지, 경험을 통해 직접 확인했습니다.
소통 방식
연인 관계에서 비언어적 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비언어적 소통이란 말이 아닌 표정, 행동, 침묵 등으로 감정을 전달하려는 방식을 말합니다. 오래 사귄 사이일수록 "이 정도면 알겠지"라는 암묵적 기대가 쌓이고, 그 기대가 무너질 때 분노와 서운함이 터져 나옵니다.
예전 남자친구와 데이트 할 적에 남자친구가 저녁메뉴에 대해서 여러 번 물어볼 때 내가 파스타가 먹고 싶다는 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고 착각하지만 상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남자친구는 네 번씩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는데도 저는 "아무거나"를 고집했고, 속으로는 그가 파스타를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싸움이었고, 데이트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내가 가진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똑같기를 바랐던 어리석은 마음이 그날의 데이트를 망쳐버렸습니다. 특히 열매와 석현이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이기에 이 착각이 더 심하게 작동합니다. 오랜 시간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이 사람은 나를 다 안다"는 확신으로 굳어지기 때문입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행동만으로 마음을 읽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행동만으로 감정을 정확히 해석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관계일수록 오해가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열매의 사랑 - 석현과 지훈
열매는 가족같은 연인 윤석현과 이상적인 연인 지훈이를 경험했습니다. 석현이와는 유대감이 깊었고 열매가 상처받을까 봐 숨기는 것이 있었지만 가장 바닥인 모습, 못난 모습까지 공유하며 멀어질 수 없는 익숙함이 있었습니다. 연민과 미련이 공존했고 밀어내면서도 곁을 맴도는 집착이 있던 아프고 지독한 사랑이었다면 신지훈의 사랑은 치유와 회복의 사랑이었습니다. 다정하고 솔직하며 신뢰를 위해 대화하는 모습이 성숙된 사람입니다.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열매를 빛나게 해 주었고 열매가 가장 소중함을 알려줍니다. 특히 열매가 이별을 말하는 순간에도 상대의 행복을 위해 물러날 줄 아는 품격이 제 가슴을 아프게 한 지점이었습니다. 석현이의 사랑도 아팠고 지훈이와의 사랑도 아팠지만 열매는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사람인 석현이를 택합니다. 가장 못난 모습까지 알고도 나를 받아줄 사람은 석현이뿐이라는 확신이 지훈이가 주는 설렘보다 크다고 느껴진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석현이의 진심(유전병에 대한 두려움)을 알게 된 이후 원망은 연민과 부채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열매의 선택이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신지훈은 열매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석현이는 열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열매의 선택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왜 고생길로 가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사랑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여줬다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런 관계들이 정상적이지는 않습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미닫이 문 하나로 잠만 자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는 아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공감 가지는 않지만 대리만족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실판 열매
현실판 열매는 아마 석현이가 아닌 지훈이를 선택하였을 것입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려면 나를 온전히 지지해 주는 사람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면서 사랑해 주는 지훈이를 통해 결혼생활도 순탄할 거라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말해서 관계를 푸는 법으로 소통을 하면서 싸움이 날만한 일들도 잘 대화로 풀어갈 수 있습니다. 윤석현이라는 미련이 남아있을 수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뿐입니다. 결혼상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에서 열매는 석현이를 선택했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지훈이를 선택하는 것이 제 생각에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훈이와 같은 남편과 결혼하여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번도 크게 싸운적 없이 서로에게 늘 감사함을 표현하고 배려하는 이 결혼생활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직 미혼이신 많은 분들이 배우자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본인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좋은 인연을 기다려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