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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1 (등장 인물, 침묵의 공범, 선배의 표본)

by eunhaji 2026. 3. 9.

 

정의를 위해 비리를 선택한 사람, 과연 그를 괴물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비밀의 숲 시즌1을 보면서 이창준 검사장의 선택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상황들을 겪는 선배를 봐왔고, 때로는 제 자신도 그런 갈림길 앞에 섰던 적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감정을 잃은 검사와 공감능력이 뛰어난 한여진이 만나 검찰 내부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를 통해 나는 어떤 인물인지, 어떤 인물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등장인물 - 이창준, 황시목, 한여진

이창준 검사장은 드라마 내내 가장 복잡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검찰 중개인 박무성의 스폰서에 얽혀 부정부패의 고리 속에 있었지만, 동시에 그 증거를 수년간 모아 왔다는 점에서 단순한 부패 권력자로만 볼 수 없습니다. 그는 오히려 내부 고발자가 됩니다. 내부 고발자란 조직 내부에서 불법이나 비리를 목격한 사람이 그것을 외부에 알리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일부에서는 이창준을 의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는 분명 정의를 갈망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비리에 가담했고 박무성이라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황시목 검사가 그를 "괴물"이라 부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죄인을 단죄할 권리가 본인 손에 있다고 착각한,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표현은 냉정하지만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비리가 아직 많습니다. 오히려 내부 고발하면 보복성 인사발령이라는 유치한 명분으로 피해자를 더 아프게 만드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결국 또 한 번의 상처를 입고 그만두게 되는 경우들이 뉴스나 기사로 종종 접하게 됩니다. 마치 이창준의 내부 고발의 대가가 죽음인 것처럼 말입니다.

 

황시목 검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사람이 어떻게 검사로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드라마를 다 시청하고 보니 정작 제 모습이 황시목과 겹쳐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직장에서 신입으로 일할 때 황시목 같은 선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이 거의 없었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은 정확하고 공정했습니다. 그 선배는 항상 데이터와 원칙에 충실했습니다. 제가 실수를 하면 냉정하게 지적했지만, 그 지적에는 개인적인 감정이 전혀 섞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섭고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선배야말로 가장 공정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황시목처럼 감정이 배제된 판단이 오히려 더 정의로울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반면 한여진 형사는 정반대입니다. 그녀는 감정적이고 말이 많지만, 바로 그 특성이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주는 활력소 입니다. 사람에 대한 예의가 중요하며 겉으로는 털털하고 장난기 있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날카롭고 용감한 형사입니다. 저에게도 한여진 같은 선배가 있습니다. 제가 황시목 같은 선배에게 혼이 났을 때, 이 선배가 다가와서 "잘못할 수 있지, 뭐 어때"라며 위로해 줍니다. 가끔 말이 너무 많아 피곤할 때도 있지만,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에는 어김없이 이 선배를 찾게 됩니다.

결국 직장에서는 황시목처럼 원칙을 지키는 사람과 한여진처럼 사람을 챙기는 사람 모두가 필요합니다. 제 경험상 이 두 유형이 균형을 이룰 때 팀이 가장 잘 굴러갑니다.

침묵의 공범

비밀의 숲1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박무성 살인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침묵의 공범들입니다. 케이블 기사를 사주한 사람, 증거를 인멸한 경찰 내부자, 스폰서를 받고도 모른 척한 검사들. 이들은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았지만, 침묵함으로써 비리를 유지시킨 공범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겪었던 사건이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정부의 평가인정을 통해 과목승인을 받아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그 과정 중에 회사 대표가 해당 직원들 몇 명에게 접대하는 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정을 고발할 것을 고민했지만 신고하면 팀 분위기가 나빠질 것이고 저 또한 회사의 경영 어려움으로 퇴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침묵을 택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창준처럼 정의롭지 못했고 증거를 인멸한 경찰 내부자들과 같았던 저의 모습이 지금은 한없이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창준이였으면 어떠하였을까요? 이창준은 수년간 증거를 모으기 위해, 침묵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비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 방법이 옳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침묵의 공범이 되느냐 양심을 따르느냐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입니다. 예전의 저는 침묵의 공범자였지만 지금의 제가 다시 그 자리에 있다면 황시목 같은 처음부터 비리에 가담하지 않는 자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장 선배의 표본 - 나는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인가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인지 생각해 봅니다. 신입시절 황시목 같은 선배를 존경해서 그런지 저는 원칙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후배가 실수하면 명확하게 피드백을 주고, 업무 절차를 지키도록 요구합니다. 하지만 한여진처럼 따뜻하게 감싸주지는 못합니다. MBTI 성격유형검사에서 관계와 사람 위주가 아닌 사실과 진실위주인 성향으로 공감능력이 부족합니다. 후배의 성장을 돕는 멘토링의 역할도 업무적 멘토링은 잘하지만, 정서적 멘토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창준처럼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한여진처럼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지도 못합니다. 

실제로 한 후배가 일에 대한 회의감으로 퇴사를 고민할 때, 저는 "업무는 업무일 뿐이다. 너무 감정을 쏟지 마라"는 황시목 같은 조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배에게 필요했던 건 한여진 같은 공감과 위로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후배는 결국 회사를 떠났고, 저는 제 방식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속 황시목은 이창준의 희생으로 비리를 밝힐 수 있었습니다. 저도 선배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자리에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후배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차례입니다. 

비밀의 숲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의와 비리, 원칙과 공감, 침묵과 양심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선택합니다. 이창준의 죽음이 가슴 아팠던 건, 그가 정의를 택했지만 너무 싸워온 길이 외롭다고 생각합니다. 황시목처럼 감정 없이 일할 수는 없지만, 한여진처럼 감정만으로 일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이 둘 사이 어딘가에서 제 방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황시목의 원칙과 한여진의 따뜻함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비밀의 숲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E-EkN675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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