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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현실과 판타지, 홍차영, 각색)

by eunhaji 2026. 6. 22.

 

현실과 판타지

바쁜 일상을 마치고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이 되면, 비로소 온전한 저만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거실 불을 끄고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켠 채 오랜만에 드라마 <빈센조>를 다시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마피아의 까사노 패밀리 콘시리에리였던 한국계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가 한국에 숨겨진 금괴를 찾으러 왔다가, 거대 기업 바벨그룹의 악행에 휘말리며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바벨그룹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 재판을 조작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금가프라자를 강제로 철거하려 하는 등 온갖 잔인한 짓을 일삼습니다. 법조차 그들의 편일 때, 빈센조는 악당보다 더 지독한 마피아의 방식으로 그들을 하나씩 무너뜨려 갑니다. 화면 속 화려한 액션과 통쾌한 복수극을 보면서 저는 문득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대기업 바벨그룹의 횡포는 어쩌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삶의 무게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남편의 출근을 배웅하고, 두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시작되는 하루는 정신없이 시작합니다. 직장에서는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려 애쓰고, 집으로 돌아오면 가사와 육아라는 책임이 무거울 때도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 교육 문제를 겪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곤 합니다. 이 드라마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바로 그런 현실의 답답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도덕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거대한 벽 앞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거침없는 행보는 대리 만족을 선사합니다. 평범한 주부이자 한 회사의 직원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참고 인내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가족을 생각하며 삼키고, 직장에서는 원만한 관계를 위해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악을 악으로 처단하는 빈센조의 방식은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가슴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주는 청량음료 같습니다. 비록 현실에서는 드라마처럼 화끈한 해결책을 쓸 수는 없지만, 평범한 이웃들이 모인 금가프라자 사람들이 서로를 지키기 위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위로를 받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이들이 하나의 가족처럼 끈끈해지는 과정은, 우리 동네 아주머니들이 반찬을 나누고 아이들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따뜻한 정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내가 홍차영이라면

드라마 속 홍차영 변호사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익만을 쫓아 거대 로펌 우상에서 일하며 바벨그룹의 앞잡이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인권 변호사였던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겪은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 정의를 위해 싸우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거침없는 행동력과 불같은 열정은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지만, 한편으로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직장 생활을 오래 다져온 제 관점에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상황에 놓인 홍차영이었다면, 그렇게 감정적으로 먼저 앞서기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을 것입니다. 현실 사회에서 감정의 과잉은 종종 일을 그르치거나 예상치 못한 불이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선 위험천만한 공조보다는, 오랜 사회 생활을 통해 터득한 행정적이고 법적인 절차를 꼼꼼히 검토했을 것입니다. 거대 기업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서류 하나, 계약서 한 줄을 철저하게 분석하며 차근차근 숨통을 조여 가는 방식을 취했을 것입니다. 또한, 드라마 속에서 홍차영이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장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만약 저에게 소중한 가족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계획을 짰을 것입니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내 소중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금가프라자 세입자들을 대할 때도, 일방적으로 이끄는 리더십보다는 따뜻한 조력자이자 든든한 멘토로서 다가갔을 것입니다. 그들의 아픔을 경청하고 각각의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지혜로운 방식을 택했을 것입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복수도 화려하지만, 잔잔하면서도 결코 부러지지 않는 부드러운 힘이 현실에서는 훨씬 더 강한 설득력을 발휘한다고 확신합니다.

각색 - 내가 바꾸는 결말

만약 제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제 성격대로 이야기를 다시 각색해 본다면, 작품의 분위기는 지금의 거칠고 화려한 액션물에서 따뜻한 연대와 원칙이 중심이 되는 휴먼 다큐멘터리로 바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직장과 가정에서 원칙과 기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주인공으로서 복수를 행할 때도, 불법과 폭력을 동원하기보다는 철저하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시스템의 힘을 빌려 악을 심판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주인공이 가진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활용해, 부패한 권력의 실상을 세상에 낱낱이 알리는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중심 서사로 삼는 것입니다. 또한, 제 안의 멘토 성향을 발휘하여 금가프라자 상인들을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각자의 분야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내용을 대폭 추가하고 싶습니다. 마치 회사에서 후배 사원들을 교육하고 이끌어주듯, 평범한 세탁소 사장님과 떡볶이집 이모님이 자신만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사회적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률적, 정서적 교육을 지원하는 에피소드를 넣을 것입니다. 남편과 두 딸을 둔 어머니의 마음으로, 악당들의 잔인한 면모를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연출은 과감히 비판하고 덜어내고 싶습니다. 악의 잔혹함을 부각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상처받은 평범한 사람들의 치유 과정에 더 많은 화면을 할애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훨씬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복수는 화려한 대립이 아니라, 악인들이 스스로 쌓은 거짓의 성벽이 법과 원칙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엄숙한 종말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는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상식을 믿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끈끈한 연대로 완성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따뜻하고 바른 드라마로 재탄생시키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CsGKnDT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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