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드라마는 법무법인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변호사 5명의 이야기로 이들은 서로 친구이며, 함께 희로애락 하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살면서 변호사를 만날 일이 없어 공감보다는 재미로만 시청하다가 사건들이 우리 현실에서 가깝게 일어나는 일들이라 집중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건들 중 우리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건이 있는데 10년을 간병한 누나가 치매 동생을 손수 죽인 사건이었습니다. 저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던 장면이며, 현재 파킨슨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층간소음으로 매일 밤 화가 나는 제 불편함이 한순간에 작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돌봄의 무게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부모를 장기 요양병원에 보내고 면회도 가지 않는 관행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노인 요양 시설 입소자 수는 약 27만 명을 내외이며, 이 중 가족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입소자 비율도 상당한 것으로 보고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드라마 속 정순자는 그래도 책임감 있는 간병인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치매 동생을 간병하다 본인이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어느 누가 그녀를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간병에는 부담이 큽니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이들에게 일찍 닿았더라면 결말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도 하고 실습도 하였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나 치매안심센터 서비스, 긴급복지지원 등 실질적인 정보를 드라마에서 노출시켜 주었다면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제도를 알아볼 것입니다. 드라마를 통해 얻는 정보는 꽤나 크고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진입 직전에 와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는 사회를 의미하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고령 인구 비율은 약 20.3%에 달했습니다(출처: 통계청). 숫자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지만, 돌봄 시스템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파킨슨병을 앓고 계십니다. 상태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낳지도 않는 질병입니다. 그런 아버지 옆에는 항상 어머니가 계십니다. 본인도 노년이면서 자식들에게 고생시키지 않으려 말씀도 아끼시고 조용히 간호하십니다. 이런 어머니를 위해 저는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저를 위해 열심히 살아오신 부모님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지원을 해드리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노인이 혼자 집에서 쓸쓸히 숨진 채 발견된다는 기사를 보게 됩니다. 그 쓸쓸한 죽음들 뒤에는 자녀들의 무관심, 사회 시스템의 구멍, 그리고 끝까지 혼자 버텨낸 누군가의 소진이 있다는 걸 드라마를 보며 실감했습니다.
일상의 갈등
저는 층간소음으로 직접 위층 문을 두드린 적이 있습니다. 밤 11시에 망치질 소리가 들려서 올라갔더니 정말로 현관 앞에서 망치를 들고 있었습니다. 아래층까지 들릴 줄 몰랐다는 말을 들었을 때 힘이 빠지는 것도 있었지만, 솔직히 그 자리에서 공동생활 방해가 법적으로 어디까지 처벌 가능한지 전혀 몰랐습니다. 공동생활 방해란 공동 주거 공간에서 타인의 생활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경범죄처벌법이나 민사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일상의 갈등도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뉴스에서 층간소음피해로 범죄가 일어나는데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그 감정 자체가 생기는 이유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것은 돈이 꽤 많이 들어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국선변호인(public defender) 제도를 알려줍니다. 국선변호인이란 피의자나 피고인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경제적 여력이 없을 때 국가가 선임해 주는 변호사를 의미합니다. 드라마 속 희지가 국선 전담 변호사로 전향하는 장면에서, 서민의 입장으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 그게 국선의 핵심이라는 걸 드라마가 조용히 보여줬습니다.
드라마 속 또 하나의 사건을 얘기해 보자면 2년 동안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에게 흉기를 들고 대치하는 상황을 놀이처럼 강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해자들의 협박에 못 이겨 억지로 칼을 손에 쥐게 된 것입니다. 결국 한 명이 부상을 입게 되고 검찰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특수폭행 또는 상해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강희지는 이 사건을 단순한 상해사건보다 2년의 지옥 같은 시간에 집중하였습니다. 칼을 휘두른 행위는 공격이 아닌 끝나지 않는 공포로부터의 탈출하려던 처절한 몸부림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가해자로 몰린 학생이 법정에서 "제가 어떻게 했어야 했나요?"라며 울먹이던 장면이 있었는데 자녀가 있는 저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준 사건이었습니다. 법이라는 것이 때로는 억울함을 풀어주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은 냉정함에 더 상처받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끝없는 발전, 그리고 결론
5인방의 우정이 저는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제 직장에도 동료들이 있지만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의 사건을 같이 고민하고, 밥 한 끼에서 진심 어린 조언이 오가는 그런 관계는 현실에서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업무를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드라마 속 변호사들이 한 식당에 모여 사건 얘기, 월급 얘기, 진로 얘기를 뒤섞으며 각자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실행합니다. 박사학위과정을 신청한다던지, 검사가 되기 위해 다시 공부를 한다던지 등 끝없이 도전해 나아갑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변호사들도 저렇게 열심히 발전해 나아가는데 저는 지금 내 앞에 놓인 삶을 살아내기 바빠서, 더 앞으로 나아갈 생각 자체를 멈추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 당장 무엇을 더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크고 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좋아하는지 저에게 집중해 보려 합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대부분 승소판결을 받아냅니다. 시청자들에게 짜릿함을 보여줘야 시청률도 올라가니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는 패소하는 입장도 궁금합니다. 모든 사건들을 정의롭게 판결할 수 없지만 패소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우리 마음에 공감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성공도 있지만 패배도 있기에 양면을 충분히 다뤄줬다면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초동 드라마 뻔한 법정 드라마를 넘어 우리가 외면해 왔던 사회 문제들을 부드럽게 건드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주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훌륭한 해결법입니다.
이 글은 드라마 감상과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견 공유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법적 문제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에게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