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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마을 차차차(겟마을, 내가 혜진이라면, 선물)

by eunhaji 2026. 6. 9.

정겨운 겟마을

도시에 살다 보면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저 역시 매일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이웃과 정을 나누는 일이 참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참 따뜻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치과의사 혜진이가 낯선 바닷가 마을 공진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은, 마치 새로운 동네로 이사 와서 서툴게 주변을 살피던 제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참 정겨웠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처음에는 오지랖이 넓고 유난스럽게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대소사를 챙기고 반찬을 나누는 모습에서 옛날 시골 고향 같은 따뜻한 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심한 세상에 이런 이웃들이 있다면 참 든든하겠다는 부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사실 초등학생인 두 딸을 키우다 보니 동네 학부모들이나 주민들과 소통할 일이 종종 생기곤 합니다. 처음에는 드라마 속 혜진이처럼 나만의 선을 긋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괜한 구설수에 오르내리기 싫고, 그저 내 가족만 잘 챙기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마음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다 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 갑자기 아이를 마중 나가지 못할 때 옆집 아주머니가 저희 딸을 함께 집에 데려다주셨던 고마운 경험이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홍반장과 마을 사람들이 혜진이를 보이지 않게 도와주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결국 우리는 이웃들의 크고 작은 배려 덕분에 살아간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혜진이가 처음 공진 마을에 와서 자기도 모르게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던 행동들은 시청자 입장에서 조금 얄밉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도시에서 온 엘리트라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마을의 규칙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벽을 높이 쌓을 수밖에 없었던 혜진이의 외로움과 서툰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는 홍반장이라는 멋진 인물이 나타나 혜진이와 마을 사람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결국 내 태도를 바꾸고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야만 진정한 이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가 보여주는 정감 어린 에피소드들은 현실의 저를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혜진이라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주인공 혜진이의 화려한 구두와 세련된 옷차림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지만,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한 혜진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참 많이 했습니다. 만약 제가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연고도 없는 시골 바닷가 마을에 치과를 개업한 혜진이였다면, 처음부터 훨씬 더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행동했을 것 같습니다. 서울식의 세련되고 똑 부러지는 말투 대신, 조금 서투르더라도 동네 어르신들께 먼저 다가가 싹싹하게 인사를 건네고 떡이라도 돌리며 친근하게 다가갔을 것입니다. 동네 반상회나 마을 잔치가 열린다면 제일 먼저 달려가 부족한 손길을 보태고, 감리 할머니처럼 연세 많으신 분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며 마을의 일원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을 것입니다. 물론 혜진이처럼 도시에서 오랜 시간 경쟁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시골 특유의 끈끈한 오지랖이 처음에는 숨이 막히고 사생활 침해처럼 느껴져 도망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이 살아갈 터전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모의 마음은 또 달라집니다. 내가 먼저 마을 어른들을 공경하고 이웃에게 친절을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제 아이들도 동네에서 사랑받고 바르게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혜진이처럼 마을 사람들의 투박한 진심을 오해해서 날카롭게 쏘아붙이기보다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허허 웃으며 넘길 줄 아는 여유를 가졌을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유명한 의사가 되는 것보다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사랑방 같은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 남편과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남을 배려하는 법을 참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연애 시절에는 저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사람이었지만, 남편의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성격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남편은 항상 동네 경비 아저씨나 미화원 분들을 마주칠 때마다 먼저 밝게 인사하고 따뜻한 음료수를 건네곤 합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속 홍반장이 혜진이에게 세상의 따뜻함을 가르쳐 준 것처럼, 제게는 남편이 현실의 홍반장 같은 존재였던 셈입니다.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주변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때, 우리 두 딸도 자연스럽게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선물

이 드라마가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물려주어야 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점입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값비싼 학원이나 화려한 장난감을 선물하는 것이 최고의 사랑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공진 마을 아이들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뛰어놀고, 동네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구김살 없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정서적인 안정감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 않더라도 그저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며 살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말이 되면 저희 가족은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서로의 고민을 나눕니다. 초등학생인 첫째 딸이 친구 관계 때문에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으면, 남편과 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줍니다. 둘째 딸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겪은 재미있는 조잘거림도 저희 부부에게는 가장 큰 웃음꽃입니다. 드라마 속 주민들이 평상에 모여 앉아 감자를 깎으며 수다를 떨던 모습처럼, 저희 집 거실도 항상 그런 정겨운 소통의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 대신 "주변에 아픈 친구가 있으면 손을 먼저 잡아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렴"이라고 나침반 같은 조언을 건네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갯마을 차차차>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아줌마인 저에게 잔잔한 위로와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이웃과 손을 잡고 걷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도 학교를 마치고 문을 열며 "엄마!" 하고 밝게 뛰어 들어오는 두 딸을 보며, 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공진 마을처럼 정 많고 따뜻한 곳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 저녁에는 옆집 아주머니를 만나면 먼저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맛있는 간식이라도 조금 나누어 보아야겠습니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살기 좋은 동네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NFRIPa7K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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