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의 인기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은 공부와 액션이 유쾌하게 결합된 코믹 학원 액션물입니다. 오직 공부만 잘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싸움에만 타고난 재능을 가진 소년 윤가민(황민현 분)이 최악의 꼴통 학교라 불리는 유성공고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평화롭게 공부에만 전념하고 싶지만 끊임없이 방해하는 학교 일진들과 거대한 악에 맞서, 소중한 스터디그룹 멤버들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피 튀기는 액션을 펼치는 통쾌하고 열정 가득한 성장 드라마입니다.
꼴통학교와 내 가족
유성공고라는 소위 '꼴통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안타깝게도 제 품 안의 자식들이었습니다. 현재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드라마 속 학교 환경과 아이들이 마주한 거친 현실은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은근한 무리 짓기와 서열화가 시작된다고들 합니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돌아온 남편과 거실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무거운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저런 험악한 환경에 방치된다면, 혹은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낙인찍힌 채 배움의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다면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현실에서도 교육 격차나 학교 폭력은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단골 소재입니다.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를 고민하고, 아이의 작은 교우 관계 변화에도 가슴을 졸이는 대한민국 보통의 학부모들에게 이 드라마는 단순한 허구가 아닌, 현실적인 불안감을 자극하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주인공 윤가민이 주먹질이 난무하는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책을 펼치는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까지 처절하게 공부해야만 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해 깊은 씁쓸함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공부라는 평범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과도한 사교육 경쟁과 공교육의 사각지대 속에서 신음하는 우리 현실의 또 다른 단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피한울이 선했다면
유성공고를 장악하고 있던 절대 악의 상징, 피한울이라는 인물이 만약 처음부터 비뚤어지지 않은 '착한 아이'였다면 이 드라마의 흐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조폭 아버지의 그늘에서 괴물로 길러진 피한울의 서사는 이 작품에서 가장 비극적인 부분 중 하나입니다. 만약 그가 따뜻한 가정환경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나, 자신의 영리한 두뇌와 압도적인 리더십을 올바른 곳에 쓰는 인물이었다면 유성공고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는 학교를 폭력으로 지배하는 대신, 윤가민보다 먼저 학업 분위기를 조성하는 든든한 학생회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가민이가 홀로 외롭게 스터디그룹을 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피한울이 먼저 손을 내밀어 학교의 시스템을 바꾸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랬다면 수많은 학생이 폭력의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았을 것이고, 학교는 깡패 양성소가 아닌 진정한 배움의 터전으로 기능했을 것입니다. 악인의 잔혹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잘못된 어른들의 유도가 한 아이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반대로 그 아이가 선한 영향력을 가졌을 때 사회가 얼마나 아름답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면 또 다른 감동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드라마가 피한울을 단순한 절대 악으로 소비하기보다 환경에 의해 일그러진 인물의 입체적인 면모를 조금 더 따뜻하게 구원하는 방향으로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가 윤가민이라면
만약 제가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 윤가민의 처지가 된다면, 저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어른스러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작품을 새로 각색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윤가민의 화려한 무술 실력과 타격감 넘치는 액션은 드라마의 가장 큰 볼거리이자 카타르시스를 주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제가 윤가민이었다면, 주먹으로 악을 처단하는 일차원적인 방식보다는 철저하게 법과 제도를 이용하는 지략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학교 내부의 부조리와 폭력 실태를 정밀하게 채집하여 언론과 교육청, 그리고 시민사회에 고발하는 방식으로 판을 흔들었을 것입니다.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이목을 유성공고로 집중시켜 어른들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제가 만약 타 드라마의 가상 인물인 대기업의 서사를 이끈 '진양철 회장'과 같은 냉철한 혜안과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인물이었다면,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유성공고 자체를 인수해 버리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을 것입니다. 학교의 재단을 정상화하고, 우수한 교진을 초빙하며, 폭력 가해자들을 법적으로 완벽하게 격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을 것입니다. 주먹으로 이뤄내는 일시적인 평화가 아니라, 거대한 자본과 권력의 힘으로 학교의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 아이들이 안전하게 연필을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토대를 마련해 주었을 것입니다. 소수의 영웅담에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 아이들을 구원하는 결말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묵직한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