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정한 스펙은 부족하지만 각각 아나운서와 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20년 지기 '남사친 여사친' 고동만과 최애라는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순간마다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오랜 시간 쌈과 썸을 오가며 감춰왔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마침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고, 결말에 이르러 고동만이 경기 승리 후 링 위에서 최애라에게 뜨겁게 구혼하면서 꿈과 사랑을 모두 이룬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이성친구
드라마 속 동만이와 애라는 20년 동안 서로의 찌질한 모습까지 다 본 절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서로 툭하면 투덜대고 헤드락을 걸면서도, 막상 상대방에게 다른 이성이 생기면 묘한 질투심에 휩싸이곤 합니다. 이 모습을 보며 저는 묘하게 낯이 익어 혼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사실 저와 제 남편도 결혼하기 전에 무려 6년이나 알고 지낸 아주 편안한 이성 친구 사이였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기도 하고, 서로의 연애 상담을 해주며 전형적인 '남사친 여사친'으로 지냈습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마음이 통해 결국 2년 동안 진지하게 연애를 한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정식으로 사귀기 전까지만 해도, 정작 당사자인 우리 둘만 빼고 주변 사람들이 전부 "너희 둘 서로 관심 있는 것 같다"라며 수군거렸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속 동만이와 애라처럼, 우리도 우리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기나긴 '썸'을 타고 있었던 셈입니다. 돌아보면 그 시절의 미묘한 감정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 변화가 극적이고 아름답게 포장되어 많은 이들의 옹호를 받지만, 현실에서 이런 관계는 자칫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이 늘 따릅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며 "맞아, 저 마음이 진짜지" 하고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오랜 친구에서 연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와 떨림이 필요했을지 주인공들의 선택에 깊은 응원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친구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부수고 사랑을 택한 그들의 용기는 충분히 박수받을 만합니다.
내가 최애라였다면
극 중 최애라는 아나운서라는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냉혹한 현실의 벽과 스펙이라는 가이드라인 앞에 번번이 좌절을 겪습니다. 면접관들의 무시와 압박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는 애라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참 먹먹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상황 속의 최애라였다면, 저는 애라처럼 마냥 씩씩하게 버텨내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아마 면접장에서 가차 없는 거절을 당하고 돌아온 날 밤에는 불을 끄고 홀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눈물이 왈칵 쏟아졌을지도 모릅니다. 서른을 앞둔 나이에 스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면, 아무리 단단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꺾이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눈물을 한바탕 쏟아내고 난 후에는, 저 역시 애라처럼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차분히 들여다보았을 것입니다. 비록 대기업이나 대형 방송국이 아닐지라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작은 무대나 지방의 소규모 진행자 자리부터 차근차근 다시 문을 두드렸을 것입니다. 현실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진정성을 알아봐 줄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쳤을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맞추려 애쓰던 젊은 날의 방황이 참 애달프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서 애라가 격투기 장내 아나운서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길을 개척해 나갈 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을지언정 저는 그녀의 주체적인 선택을 전적으로 지휘하고 지지하고 싶었습니다.
마이웨이 정신
이 드라마의 핵심은 결국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원하는 길을 걷는 '마이웨이' 정신에 있습니다. 이는 비단 청춘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회사에서 상사의 잔소리를 견디며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킬 때나, 집으로 돌아와 정신없는 육아 전선에 뛰어들 때면 가끔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특히 저희 집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초등학생 두 아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주변 엄마들의 교육 방식이나 세상이 말하는 '좋은 부모'의 기준에 흔들릴 때가 참 많습니다.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 "이 시기에는 이걸 시켜야 한다더라" 하는 말들에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남편과 함께 거실에 앉아 서로의 고민을 나눕니다. 6년의 친구 시절과 2년의 연애를 거쳐 오랜 시간 제 곁을 지켜준 남편은, 드라마 속 동만이가 애라의 든든한 대나무숲이 되어주듯 언제나 제 편에 서서 중심을 잡아줍니다.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남들이 뭐라 하든 우리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우리만의 마이웨이로 키우자" 하는 확신과 용기가 생깁니다. 직장에서도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지나치게 연연하기보다는,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자고 다짐하게 됩니다. 비록 화려한 스펙이나 대단한 성공은 없을지라도, 나의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우리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진정한 '마이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우리의 멋진 인생 마이웨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