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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두리안(파격, 장세미, 두리안)

by eunhaji 2026. 9. 21.

 

파격

파격과 현실 사이드라마 <아씨두리안>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충격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조선시대 여인들이 현대 재벌가 별장으로 타임슬립한다는 설정 자체도 독특했지만, 극 초반을 두드리던 파격적인 전개들은 시청하는 내내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방송을 보며 시청자로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순간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시어머니를 향한 며느리의 사랑 고백이나 전생과 현생이 모호하게 얽히는 고부관계, 그리고 나이 차이를 아득히 뛰어넘는 초속성 로맨스 같은 요소들은 다분히 자극적이었고 굳이 이렇게까지 표현해야 했을까 싶은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극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관점에서는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불편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구조 안에서 인간이 가지는 지독한 인연과 욕망, 그리고 현실에 부딪히는 모습을 묘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는 묘한 몰입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황당무계한 판타지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수많은 관계의 실타래를 극단적으로 비틀어 보여준 셈입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누이고 화면을 바라보며 연신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끝내 채널을 돌리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막장 전개 속에서도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갈등, 상처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살아가다 보면 친정 부모님과의 관계,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서 겪는 시댁과의 미묘한 신경전, 그리고 오랜 친구 모임에서 마주하는 인연의 결까지 드라마 못지않게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매끄럽지 못한 삶의 이면을 극단적으로 과장해 놓은 화면을 보며 혀를 차기도 하고, 때로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인물들의 선택을 지켜보았습니다. 자극적인 설정에 대한 비판적인 마음과 동시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발버둥이 다소 씁쓸한 잔상을 남겼던 작품입니다.

장세

장세미가 시어머니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첫 장면을 보았을 때는 정말 낯이 뜨겁고 불쾌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결코 동성애자도 아니고 그런 감정에 공감할 수도 없었기에,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여자로 느낀다는 설정은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 인물이 보여준 삶의 태도였습니다. 고백 이후 집안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장세미는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본래 욕망이나 솔직한 마음을 수면 아래로 파묻어 두고, 주어진 위치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묘한 잔상을 남겼습니다.이러한 적응의 과정은 살아온 날들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결혼 전 자유롭고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며 가꿔온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며 엄마라는 칭호를 얻었을 때, 스스로의 욕구보다는 아이와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삶의 중심에 자리 잡았습니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며 학교 행사나 교육 문제를 챙기고,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집안일을 돌보는 워킹맘의 일상은 매일이 스스로를 누르고 맞춰가는 연속입니다. 직장생활에서는 업무적 책임과 조직의 규율에 맞춰 성과를 내야 하고, 퇴근 후에는 따뜻한 엄마이자 든든한 아내의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부모님을 모시고 챙기는 딸로서의 의무, 직장에서의 역할, 가정에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본래 가지고 있던 성격이나 개인적인 욕심은 자주 뒤로 밀려나곤 했습니다. 장세미가 집안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버텨내기 위해 자신을 바꾸고 환경에 적응했듯, 변해가는 삶의 단계마다 자신을 깎아내고 변화시키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극중 인물의 처절한 적응 방식에서,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매일 스스로를 다잡는 우리네 모습이 겹쳐 보여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습니다.

내가 두리안이라면

만약 직접 두리안이 되어 드라마의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다면, 수동적이고 눈물짓는 태도에서 벗어나 훨씬 능동적이고 당차게 환경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로 각색하고 싶습니다. 조선시대에서 타임슬립해 낯선 현대사회로 떨어졌다는 사실에만 경악하며 눈눈치만 보는 대신, 빠르게 현실을 파악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서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현대라는 세상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머쇠와 똑같이 생긴 단치감을 바라보며 옛 정에 이끌려 아련한 눈빛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생의 인연은 지나간 과거로 깔끔하게 인정하고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단호함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우선 현대의 글자와 문물을 신속하게 익히고, 양반가 여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고전적 교양과 지식을 활용해 현대사회에서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았을 것입니다. 낯선 재벌가의 호의에만 의지하며 언얹혀 사는 삶을 거부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일자리를 구하고 당당하게 제 몫을 해내는 여성으로 거듭나는 전개입니다. 며느리 김소저에게도 그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슬퍼하게 두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 스스로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강인한 시어머니이자 스승의 역할을 해냈을 것입니다.가족관계에서도 남편이나 주변 인물의 도움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히 내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을 것입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당차게 양육하고 직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것처럼, 두리안 역시 현대라는 낯선 공간을 당당히 개척해 나가는 당찬 인물로 그려냈다면 훨씬 깊은 울림과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운명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인생의 주도권을 쥐고 나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2f7KOE4I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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