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이들과 함께 복잡하고 바쁜 도시를 떠나 여유롭고 마당이 있는 넓은 시골집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살고 싶은 꿈을 가끔씩 생각합니다. 어쩌다 전원일기는 잔잔하고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입니다. 특히 시골에서 젊은 남녀가 살아가고 사랑하는 예쁜 모습들이 풋풋하고 상큼합니다. 마음을 정화하고 눈을 즐겁게 하고 싶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귀농현실
드라마에서 동네 사람들은 서울에서 온 지율이에게 반찬을 들고 와서 환영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수의사 할아버지의 손자여서 챙겨주는구나 싶지만 누구 하나 낯설어하지 않고 반겨주는 정겨운 모습은 시골 어르신들의 넉넉한 인자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제 친구 이야기를 하자면, 결혼 후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 간 친구가 처음에 꽤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아름다운 섬이었지만, 오랫동안 유지된 지역 공동체 안에서 외부인은 쉽게 섞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텃세라고 부를 만한 경계심, 그리고 "어차피 곧 나갈 사람"이라는 시선으로 보고 있어서 정을 쉽게 주지 않는 어른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착해야 했기에 친구는 매일 먼저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어르신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게 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이사 오는 분들에게 먼저 가서 인사하고 길안내를 해주는 넉넉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귀농귀촌종합센터 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 인구는 2024년 기준 약 43만 명에 달하지만, 정착 후 5년 내 이탈률도 적지 않은 수준입니다(출처: 귀농귀촌종합센터). 드라마처럼 웃음과 온기만 가득한 시골은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것입니다.
대동물 수의사라는 직업,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 솔직히 저는 대동물 수의사(Large Animal Veterinarian)가 있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대동물 수의사란 소, 말, 돼지, 염소 같은 가축을 주로 진료하는 수의사를 말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는 소동물 수의사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드라마 속 지율이 축사에서 소의 난산을 돕는 장면은 실제로 대동물 수의사의 핵심 업무 중 하나입니다. 분만 보조를 의미하는 산과적 처치(Obstetrical Procedure)는 체중이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동물을 상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체력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드라마에서 자영이 "강아지, 고양이 돌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표현한 것이 정확한 말입니다. 제 친구의 직업이 수의사인데 대동물 수의사들은 정말 어렵고 힘든 직업이라고 얘기해줍니다. 누구나 동물병원 수의사로 일하고 싶어 하고 시골 가서 대동물 수의사를 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럴 듯도 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대동물 수의사 중 30대 비중은 매우 낮고 50~6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본 후 가축을 키우는 농촌에서는 사람을 고치는 의사와 대등하게 동물을 고치는 수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가축들이 건강해야 우리의 식탁도 건강할 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드라마가 직업의 현실을 꽤 성실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동물 수의사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힐링 드라마 그리고 예쁜 조이
자영을 연기한 조이는 정말 예뻤습니다. 너무 예뻐 청춘드라마의 시각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솔직히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감정의 무게가 필요한 진지한 장면에서 표현이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대사 전달도 가끔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눈에 걸렸습니다. 캐릭터와의 외형적 싱크로율은 높았지만,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성장의 여지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지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자영의 부모님에 대한 서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율은 부모님을 일찍 잃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자영은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다는 설정인데, 이들이 어떻게 지금처럼 바르고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성장의 배경이 자세하게 그려졌다면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와 감정 이입이 훨씬 깊어졌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까지 잡아줬다면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가요? 옆집에 누가 이사 왔는지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시대입니다. 층간 소음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반찬을 들고 문을 두드리거나 이름도 모르는 이웃을 걱정하는 모습은 어느덧 낯선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 정겹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드라마 속 희동리와 마정리는 물론 갈등도 있고, 편 가르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챙기는 온도가 느껴졌습니다. 그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마당 넓은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가끔 꿉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아이들은 이미 도시의 편의에 익숙해져 있고, 가족 모두가 행복한 환경이 어디인지 천천히 따져봐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쩌다 전원일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이런 온기가 존재하는 곳이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잠깐 보여줍니다. 그 잠깐의 온기가 꽤 오래 남았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편을 볼 수 있으니, 지치고 번잡한 날 한번 틀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