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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나 (두나의 무게, 진주와 이라, 열린결말)

by eunhaji 2026. 3. 18.

 

어릴 적부터 생각했지만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삶이 부러웠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와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그들의 삶을 저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고 나면 그 이면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실감하게 됩니다. 수지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로 화제가 된 '이두나'는 민송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합니다. 연예인과 평범한 대학생의 로맨스를 다루지만,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닌 현실적인 관계의 무게를 담았습니다. 원작 웹툰과 드라마의 차이점, 그리고 열린 결말이 주는 메시지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두나의 무게

민송아 작가의 웹툰 '이두나'는 걸그룹 드림스윗의 메인 보컬이었던 이두나가 연예계를 떠나 평범한 대학생이 되면서 시작됩니다. 1학년 이원준은 셰어하우스에서 두나를 처음 만나고, 그녀가 연예인임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두나가 연예계를 떠난 이유입니다. 심리적인 붕괴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노래를 부르지 못하여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었고 가십과 악플들의 표적이 되면서 활동중단을 결심했다는 점이 현실적입니다. 

직장생활하면서 누구나 심신이 소진되는 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끼며 더 이상 무엇을 해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게 됩니다. 과도한 업무와 사람으로 인한 고통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럴 땐 두나처럼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잠시 쉬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물론 직장인들은 두나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쉴 수는 없지만 사소한 산책부터 변화를 주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같습니다.

웹툰은 원준과 두나의 관계뿐 아니라 진주, 이라와의 삼각관계도 세밀하게 그립니다. 원준이 처음 짝사랑했던 진주는 엄격한 가정환경 때문에 원준을 밀어내지만, 사실 진주도 그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이라는 원준이를 오랫동안 짝사랑하며 그의 곁을 지키는 의리 있는 여자입니다. 사실 원준이는 누구와도 잘 어울립니다. 워낙 다정하고 책임감도 있으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무해한 사람이니 두나, 진주, 이라 모두가 원준이한테 끌렸던 것이 비현실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두나가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을지 압니다. 저도 예전 회사에서 어린 나이에 팀장을 맡았을 때 비슷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였지만, 정작 저는 그 시선이 버거웠습니다. 두나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감정을 숨기고 타인의 기대에 맞춰야 하는 피로가 쌓여 있었을 것입니다.

아쉬운 진주와 이라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는 수지의 연기로 두나 캐릭터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원작 웹툰과 비교하면 진주, 이라와의 관계선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웹툰에서는 원준이 진주에게 고백받고 고민하는 과정, 이라가 원준을 짝사랑하며 상처받는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반면 드라마는 두나의 내면과 연예계 복귀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보여줍니다. 

특히 좋아하는 감정선이 약합니다. 원준이 진주, 이라를 통해 느끼는 설렘과 혼란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로맨스 장르로서의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여기서 '몰입도(engagement rate)'란 시청자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이입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드라마는 두나의 독백과 회상 장면을 많이 사용해 예술적 완성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원준의 감정 변화는 피상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진주를 짝사랑했던 원준이는 어떠하였는지, 아라를 좋아하기까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이 약하게 보여 아쉬움이 있습니다.

웹툰의 결말은 원준이 이라와 결혼까지 고민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보여줍니다. 반면 드라마는 두나와 원준이 제주도에서 재회한 뒤 열린 결말로 끝나게 됩니다. 두나라는 인물의 고독과 회복'을 중심으로 철저히 이두나로 시작해서 이두나로 끝나는 드라마임이 느껴집니다.

열린 결말이 던지는 현실적 메시지

드라마 '이두나'는 두나와 원준의 관계를 명확히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재회 장면 이후 둘이 다시 연락하는지, 관계를 회복하는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깁니다. 이런 열린 결말(open ending)은 현실 연애의 불확실성을 반영합니다. 여기서 '열린 결말'이란 이야기가 명확한 해결 없이 끝나 관객이 직접 결론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서사 기법입니다.

사실 연예인과 일반인의 연애가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연예인과 일반인이 고민하는 영역이 서로 달라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도 눈 건강 문제로 팀장직을 그만둔 뒤 몸은 아팠지만 마음은 편했습니다. 쉬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큰 욕심 없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연봉은 낮아졌지만 삶의 질은 높아졌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가끔 이렇게 무거움을 내려놔야 내 팔이 저림을 알 수 있습니다. 버티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고 포기하는 것이 잘못된 것만은 아님을 말하고 싶습니다.

드라마 속 원준이 이라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이라는 원준의 고충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화려한 사랑보다 현실적인 동반자를 선택하는 게 때로는 더 성숙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다만 드라마가 원작처럼 명확한 결말을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열린 결말이 예술적으로는 의미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연예인과의 로맨스를 꿈꾸는 대다수 시청자에게 현실적인 선택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는 메시지였을 겁니다.

'이두나'는 화려함 뒤에 숨은 고독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두나는 만인의 아이돌이 아닌 그냥 이두나로 살고 싶었고, 원준은 그녀에게 그 공간을 제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두 사람의 선택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웹툰은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드라마는 여운으로 남깁니다.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드라마와 웹툰 모두 20대의 불안정한 감정과 현실의 무게를 잘 담아냈습니다. 혹시 여러분의 이야기에 잘 공감해 주는 이성친구가 있나요? 그 친구를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나를 위해 애써주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AgPUrdwI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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