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시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수많은 드라마가 스쳐 지나가지만, 유독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입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영우가 당당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편견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보는 내내 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영우의 순수한 시선과 엉뚱하면서도 명쾌한 논리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굳어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고마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세상이 현실의 거친 파도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다소 이상적으로만 그려진 부분은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실에서의 장애는 드라마처럼 매번 아름다운 기적이나 감동적인 반전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훨씬 더 냉혹하고, 주변의 시선 또한 차가운 경우가 많습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진 맑은 메시지만큼은 퇴색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편견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비로소 세상이 한 층 더 살만해진다는 당연한 진리를 영우의 귀여운 고래 이야기와 함께 부드럽게 일깨워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며 저 역시 엄마로서, 그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을 돌아보는 깊은 시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광호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제 시선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인물은 주인공 영우도, 멋진 동료들도 아닌 바로 영우의 아버지 우광호였습니다. 홀로 자폐를 가진 딸을 키우며 흘렸을 그 수많은 눈물과 땀방울이 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만약 제가 우광호의 처지였다면 과연 그 고단한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을까 싶어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아이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의 무너짐, 그리고 그 아이를 남부럽지 않은 변호사로 키워내기까지 바친 일생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위대한 헌신입니다. 저 역시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자식 일이라면 작은 감기 기운 하나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매일이 조바심의 연속인데, 우광호라는 아버지가 짊어졌을 무게는 얼마나 컸을지 감히 상상이 안갑니다. 매일 아침 영우에게 김밥을 말아주고, 아이의 엉뚱한 고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그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사실은 거대한 사랑의 증거였던 셈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가끔은 지치고 짜증이 날 때도 있는데, 영우 아버지를 보며 제 자신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우광호는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부모의 귀감이 아닐까 합니다. 자식을 변호사라는 훌륭한 직업인으로 키워낸 성과보다도, 아이가 세상의 편견에 다치지 않도록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준 그 마음 씀씀이가 정말 눈물겹도록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내가 우영우라면
만약 제가 드라마 속 주인공 우영우가 되어 제 성격대로 이 이야기를 다시 이끌어간다면, 드라마의 분위기가 조금은 다르게 흘러갔을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규칙과 원칙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밀어주는 단단한 선배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우영우였다면, 로펌 한바다 안에서 단순히 도움을 받는 신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주도적이고 든든한 조력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사건을 해결할 때도 저만의 철저한 원칙을 바탕으로 빈틈없이 서류를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 동료들이 저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밑바탕을 단단히 다졌을 성싶습니다. 간혹 우리 집 남편처럼 무뚝뚝하거나 고집 센 의뢰인을 만나더라도, 직장 생활에서 쌓아온 융통성과 대화의 기술을 발휘해 겉으로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속으로는 따뜻하게 상대를 안아주는 노련함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한, 봄날의 햇살 같은 동료 최수연이나 권민우 같은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에는 따끔하게 조언을 건네면서도 그들의 성장을 묵묵히 뒤에서 밀어주는 든든한 멘토형 변호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기보다 내 안의 중심을 확고히 잡고, 내 사람들을 품어 안으며 차근차근 법조인으로서의 영역을 넓혀가는, 조금 더 선 굵고 강인한 영우의 성장 드라마로 각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