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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아날로그, 서지성, 사람)

by eunhaji 2026. 7. 16.

 

아날로그

드라마 속 여주인공 지성의 마음을 흔든 소방관 정국희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아날로그 청년'입니다. 남들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할 때, 그는 느리지만 묵직하게 세상을 바라봅니다. 저 역시 나이가 들다 보니, 사방이 디지털로 가득 찬 요즘 세상에서 국희의 모습에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만약 제가 정국희였다면 어땠을까요? 저 역시 그와 똑같이 행동했을 것입니다. 요즘은 직장에서도, 일상에서도 모든 것을 모니터 화면으로 처리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중요한 서류는 직접 인쇄해서 손으로 만져가며 읽어야 마음이 놓이고, 스케줄러에 볼펜으로 슥슥 그어가며 일정을 정리할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합니다. 디지털 화면이 주는 차가움보다는 연필 끝에서 전해지는 서걱거림과 종이 냄새가 훨씬 좋습니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성향은 제 일상 곳곳에 묻어납니다. 주말이면 우리 집 초등학생 아이 둘이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슬그머니 아이들 옆으로 다가가 화면을 끄고 도화지와 색연필을 쥐여줍니다. "엄마랑 같이 그림 그리자"면서 손을 맞대고 낙서를 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거실을 채웁니다. 남편 역시 함께 동참해 주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제가 답답해할 때면 조용히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며 마음의 안정을 선물하곤 합니다. 직장에서도 후배들이 복잡한 엑셀 파일이나 메신저로만 업무 보고를 해올 때, 저는 가끔 "커피 한잔하면서 마주 보고 얘기할까?" 하고 말을 건넵니다. 화면 속 건조한 텍스트보다는 마주 앉아 나누는 눈빛과 목소리에 더 큰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으로 가득 차서 사람의 마음까지 분석하려 들지라도, 인간관계의 본질은 결국 마주 보는 아날로그적인 온기에서 시작된다고 확신합니다.

서지성

만약 제가 드라마 속 주인공 서지성이었다면, 이야기는 사뭇 다르게 흘러갔을 것입니다. 저는 일할 때는 원칙과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람을 대할 때는 따뜻한 공감과 배려를 아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만약 저에게 상대방의 사생활과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파헤쳐 주는 '조상신 냉장고'가 생겼다면, 저는 그 냉장고의 정보를 무작정 믿고 상대를 바로 잘라내는 차가운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정보가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기계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실 뒤에는 그 사람만의 사정과 상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경고하는 빨간불을 보더라도, 저는 먼저 그 사람을 조용히 불러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대화를 시도했을 것입니다. "요즘 무슨 힘든 일 있니?" 하고 먼저 물어보며, 스스로 뉘우치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쯤은 주었을 것입니다. 만약 제 인생에 그런 냉장고가 들어왔다면, 저는 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조력자로 각색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직장에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겉돌거나 속앓이를 하는 후배가 있다면, 기계의 분석을 통해 그 친구의 말 못 할 고민을 미리 알아채고, 따뜻한 조언과 함께 조용히 뒤에서 길을 열어주는 선배의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일할 때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심적으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또한 모임에서 만나는 오랜 친구들이나 이웃들이 말 못 할 가정사나 인간관계로 힘들어할 때, 냉장고의 힌트를 바탕으로 그들의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는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했을 것입니다. 기계의 차가운 데이터에 지배당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품어 안고 사람을 살리는 따뜻한 온기로 사용하는 지성이가 되었다면 드라마는 한층 더 포근하고 감동적인 휴먼 다큐멘터리가 되지 않았을까요?

기계보단 사람

드라마 속에서 AI 냉장고가 예비 남편의 추악한 사생활을 폭로하는 장면은 참 충격적이면서도,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 씁쓸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때문에 오해가 쌓이고 관계가 깨지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보여주기식 삶에 집착하다가 정작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진심을 놓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저 역시 학부모 모임이나 이웃 주민들과의 교류에서 그런 모습을 종종 목격합니다.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오고 가는 짧은 문장 몇 줄 때문에 서로 오해를 사고, 결국 얼굴을 붉히며 갈라서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글자 뒤에 숨은 사람의 진짜 표정과 감정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기술 만능주의에 빠진 현대 사회를 유쾌하게 꼬집는 훌륭한 작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주체성을 너무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상대방이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를 내가 직접 겪고 부딪치며 깨닫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내려준 판결에만 의존하는 모습은 조금 씁쓸했습니다. 인생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역시 우리가 성장해 나가는 소중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상처받고 아플지라도 사람과 직접 부딪치며 눈물을 흘려보고, 또 그 속에서 진정한 용서를 배우는 것이 진짜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기계가 정해준 완벽한 정답만을 쫓기보다는, 때로는 실수하더라도 스스로 사람을 겪어보고 판단할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기계는 편리함을 줄 뿐, 우리 삶의 진정한 행복과 가치는 결국 서로를 믿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의 손길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oMjO7qT83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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