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의 강빛나
드라마 속 여주인공 강빛나는 법의 테두리를 시원하게 벗어나 흉악범들을 직접 심판하곤 합니다. 남편과 자식을 잔인하게 해치고도 법의 허점을 이용해 미소 짓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그녀의 손에 처참하게 응징당할 때, 솔직히 가슴속이 뻥 뚫리는 듯한 짜릿한 사이다를 느꼈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 사고가 넘쳐납니다. 그럴 때마다 내 가족, 내 아이들에게 저런 억울한 일이 생겼다면 과연 나라는 평범한 엄마가 이성을 유지하고 법의 처분만 얌전히 기다릴 수 있었을까 싶어, 드라마 속 강빛나의 화끈한 판결을 격렬하게 옹호하고 응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냉정하게 비판적인 시선도 함께 갖게 됩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법을 무시하고 너도나도 개인적인 복수를 허용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사적인 심판은 결국 또 다른 폭력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고,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세상을 더 무섭고 혼란스러운 아수라장으로 만들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직장 생활이나 동네 모임에서도 규칙과 약속이 무너지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듯, 현실에서의 진정한 정의는 때론 느리고 답답할지라도 차가운 법적 테두리와 사회적 약속 안에서 실현되어야만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드라마는 우리에게 강렬한 대리만족과 짜릿함을 선사해 주었지만, 현실에서의 사적 제재는 결코 올바른 정답이 될 수 없음을 가슴 깊이 깨닫게 만듭니다.
정태규의 변신
최종 악역이었던 정태규의 잔인무도함을 보면서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저렇게까지 악해질 수 있나 싶어 보는 내내 치가 떨리고 분통이 터졌습니다. 만약 비뚤어진 야망과 가득 찬 악한 본성에 눈이 멀었던 정태규의 자리에 제가 있었다면, 저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 들어가는 부와 명예를 쫓기 전에, 내 손으로 일구는 소박하지만 정직한 삶의 소중한 가치를 먼저 돌아보았을 것입니다.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직장으로 출근해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고, 한 달 동안 고생해서 받은 소중한 월급으로 주말에 남편, 아이들과 외식 한 번 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평범한 서민의 삶이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지 정태규는 전혀 몰랐던 모양입니다. 나라면 타인을 잔인하게 짓밟고 올라서서 꼭대기에 홀로 서는 외로운 괴물이 되기보다, 주변 직장 동료들과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 나누며 서로의 고충을 응원하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길을 기쁘게 택했을 것입니다. 남들의 겉치레 섞인 부러움을 사는 화려하고 차가운 성이 아니라, 비록 작고 초라할지라도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안온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떳떳하고 당당한 부모가 되는 것이 진짜 성공한 인생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큰돈과 권력이 눈앞에 있어도 내 영혼과 가족의 평화를 바꿀 수는 없기에, 저는 그 달콤한 유혹을 단호하게 뿌리치고 평범한 행복을 지켰을 것입니다.
아주머니 판사
만약 제 영혼이 진짜 강빛나의 몸에 쏙 빙의된다면, 제 본래 성격대로 완전히 새로운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다시 써 내려갔을 것 같습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성질 급하게 칼부터 휘두르고 피를 보는 무서운 악마 판사 노릇은 도저히 체질에 맞지 않아 못 합니다. 대신 아주머니 특유의 엄청난 참견과 잔소리, 그리고 뜨끈한 밥 한 끼의 정으로 악인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엄마 같은 참견쟁이 판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죄인들을 법정에서 마주하면 매서운 무기 대신, 직장 철부지 후배나 우리 집 말 안 듣는아이들을 야단치듯 매서운 눈빛으로 등짝 스매싱부터 날려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네 부모가 너를 그렇게 키웠냐"며 속상함이 묻어나는 구수한 욕 한 사발과 함께, 죄인들이 왜 그런 괴물 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밤새도록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마음속 깊은 상처부터 눈물로 치료해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집에서 남편이 사소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조목조목 따지며 정답을 찾아가듯, 날카로우면서도 애정이 담긴 말로 그들이 지은 죄를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만들고, 진심으로 눈물 흘리며 참회할 때까지 어머니의 마음으로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바른길로 인도했을 것입니다. 법의 차가운 심판 대신 따스한 사람 냄새와 매서운 잔소리로 사람을 진짜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그런 아주머니 판사 강빛나, 생각만 해도 우리 이웃들의 가슴을 울리는 정겹고 유쾌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