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답함을 뚫어주는 사이다
평소 일상 속에서 답답한 일들이 쌓일 때 시원한 통쾌함을 전해주는 작품을 찾아보곤 합니다. 법을 지키지 않고 권력을 휘두르는 거대한 악당들을 향해 꼴통 검사가 펼치는 막가파식 수사는 보기만 해도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정장 대신 편안한 차림을 하고 법전 대신 목검을 들고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기존의 지루하고 딱딱한 법정물과 확연히 다른 매력이 느껴집니다. 정석적인 방법만으로는 도저히 응징할 수 없는 거대 악을 향해 편법과 잔머리를 동원하여 맞서는 모습은 보는 내내 유쾌한 웃음과 시원한 쾌감을 안겨줍니다. 물론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현실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비현실적인 전개나 무리수처럼 보이는 설정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현실의 검찰 조직에서 실제로 저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과연 조직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고, 지나치게 인물들의 감정에만 의존하여 사건을 해결하려는 방식은 법정물의 치밀한 맛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고단한 일상과 직장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현실적인 한계보다 캐릭터가 주는 통쾌한 대리 만족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 작품을 시청할 때면,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절로 웃음을 짓게 됩니다. 사회의 온갖 모순과 부정부패를 시원하게 깨부수는 장면들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작은 위안을 얻기에 충분한 요소입니다.
욕심이 부르는 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오도환이라는 인물은 명석한 두뇌로 스물둘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법고시를 합격한 대단한 엘리트입니다. 능력과 출세욕이 넘치는 캐릭터를 지켜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만약 오도환의 위치에 서게 된다면, 그렇게 좋은 머리로 남들보다 일찍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스스로 원하던 목표를 이루어냈을 때 더 이상의 과한 욕심을 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차근차근 최선을 다하고, 안정적인 직업이 주는 권력과 부를 누리면서 평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끝없는 욕심에는 반드시 화가 따른다는 사실을 삶의 경험을 통해 깊이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을 둘러보거나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보면, 이미 충분한 것을 가졌음에도 더 높은 곳만을 바라보며 타인을 짓밟거나 부정한 길로 들어선 이들의 끝은 늘 불행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나 동창 모임에 나갈 때도 자신의 성취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더 큰 권력과 부만을 좇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녀들에게 남들보다 뛰어난 출세보다는 스스로의 노력에 만족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지혜를 먼저 가르치고 싶습니다. 연세가 드신 부모님을 뵈러 갈 때마다 항상 들어온 말씀 역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지키며 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아이들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삶 속에서, 더 큰 성공을 위해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오도환의 선택은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이미 차고 넘치는 재능을 가졌음에도 그 이상을 탐하다가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는 모습은 과도한 야망이 얼마나 위험한지 일깨워줍니다.
진정처럼 살아간다면
주인공 진정이라는 인물을 보고 있으면 정직하고 올바르게만 살아가기 힘든 현실 속에서 너무나 닮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평소 편법이나 편법적인 방법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상식과 법을 무시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악당들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심판을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 안에서 정말 얄밉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상사 앞에서는 온갖 애교와 아부를 떨며 착한 척을 다 하고, 정작 동료나 후배 앞에서는 태도를 싹 바꾸어 무례하게 굴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속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미운 마음이 가득 차오르지만, 마땅히 어떻게 대처할 수가 없어 그저 혼자 속으로 참아내야만 하는 현실이 참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만약 진정과 같은 거침없고 강단 있는 성격을 지니게 된다면 직장과 가정에서 완전히 다른 태도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며, 얄미운 동료의 가식적인 태도나 불합리한 지시에 정면으로 맞서서 시원하게 일침을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부당한 상황에 맞서 싸우며 스스로와 동료들의 권리를 당당하게 지켜내는 멋진 직장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타협 없이 단호하게 지적하면서도,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아는 곧은 부모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남편이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속마음을 숨기며 참기보다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소통하며 집안의 여러 문제들을 능동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여러 제약과 시선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삭여야 했던 수많은 답답함들을 진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대리 만족하며, 내 안에서도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자그마한 용기를 조금씩 키워나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