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돈 천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임료를 받으며 빽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의 가장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변호사 천지훈의 통쾌한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화려한 스펙을 가진 시보 변호사 백마리가 천 변호사와 티격태격 엮이면서, 차가운 법조문 대신 의뢰인의 진심을 마주하는 진짜 법조인으로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주인공의 숨겨진 아픈 과거와 거대한 악을 마주하는 무거운 위기도 찾아오지만, 결국 자신들만의 기발한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며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카타르시스를 선물하는 작품입니다.
천 원의 기적
요즘 세상에 천 원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마트에 가도 과자 한 봉지 고르기 무서운 물가인데, 단돈 천 원짜리 한 장을 수임료로 받으며 억울한 사람들의 편에 서주는 변호사가 있습니다. 바로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속 천지훈 변호사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나간 옛날 일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저희 친정아버지가 예전에 사업을 하셨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IMF로 사업이 크게 어려워지면서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서민이다 보니 당장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는데, 수임료가 정말 억 소리가 났습니다.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법적 도움 한 번 받지 못하고 상대측의 무리한 요구와 공격에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일 밤 잠 못 이루시며 한숨을 쉬시던 아버지의 처진 어깨를 보면서, 어린 마음에도 세상이 참 불공평하고 돈이 없으면 억울한 일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하는구나 싶어 서러움이 밀려온 적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만약 우리 가족 앞에 천지훈 같은 변호사가 짠하고 나타나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수임료는 천 원입니다"라며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우리 아버지의 억울함을 귀담아들어 주고,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싸워줄 수 있는 그런 든든한 내 편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우리 가족의 상황이 훨씬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법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릎 꿇고, 온 가족이 눈물 흘리며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허구의 통쾌한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그늘진 곳에서 눈물 흘리는 우리 평범한 이웃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돈이 중심이 된 차가운 현실 속에서 법이 원래 가져야 할 진정한 정의와 사람에 대한 온기가 무엇인지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참 고마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백마리라면
드라마 속에서 당차고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시보 변호사 백마리를 보면서,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백마리는 할아버지가 국내 최고 로펌의 대표이고 본인도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인물이라 처음에는 천지훈 변호사의 허름한 사무실과 기이한 행동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만약 제가 그 아이처럼 젊고 유능한 백마리였다면, 솔직히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당장 그곳을 뛰쳐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형 로펌의 탄탄대로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왜 굳이 에어컨도 잘 안 나오는 허름한 사무실에서 월세도 못 내 밀려 있는 변호사 밑에서 고생을 사서 해야 하나 싶어 불만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삶의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제는 나이를 먹어 자식을 키우는 처지가 되다 보니, 서민들의 진짜 눈물을 마주하는 그 소중한 기회를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진짜 백마리였다면, 처음에는 툴툴거리더라도 천지훈 변호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독특한 방식과 그 속에 숨겨진 의뢰인에 대한 깊은 진심을 배우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다녔을 것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차가운 대형 로펌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억울한 마음을 달래주는 '진짜 변호'의 기술을 말입니다. 화려한 법조문만 외우는 똑똑한 변호사가 아니라, 의뢰인의 상처받은 삶을 들여다볼 줄 아는 따뜻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 천지훈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을 것입니다. 비록 몸은 고되고 수임료는 겨우 천 원이라 지갑은 얇아질지언정,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때보다 억울한 서민 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었을 때 느끼는 변호사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거라 생각합니다. 저라면 그 특별한 경험을 발판 삼아, 약자의 편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멋진 법조인으로 성장하는 길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소소한 일상
이 드라마를 거실에 앉아 보고 있으면 우리 집의 풍경도 자연스럽게 겹쳐 보입니다. 거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남편의 모습이나, 양옆에서 쫑알거리며 과자를 먹는 초등학생 두 딸아이들을 보면 참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지치고 무거워질 때가 많습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업무 스트레스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가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면 신기하게도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곤 합니다. 드라마 속 천지훈 변호사가 밖에서는 온갖 험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사무실에 돌아와 다방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소소하게 웃는 모습이 꼭 우리네 직장인들의 삶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의 과거 복수 이야기나 무거운 대기업 비리 쪽에 너무 치중되면서 초반의 그 신선하고 유쾌했던 서민들의 에피소드가 줄어들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아파트 경비원 갑질 문제나 소액 사기 사건처럼, 아주머니들이 공감하며 손뼉 칠 만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비판적인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가 밖에서 겪는 직장 내 서러움이나, 제가 아이들을 키우며 동네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갈등들을 해결해 주는 통쾌한 이야기가 지속되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가슴에 남는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 덕분에 우리 가족이 둘러앉아 정의란 무엇인지,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어떻게 돌아보며 살아야 할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