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 속 청춘 드라마
KBS <후아유 - 학교 2015>는 청소년들의 방황과 성장을 다루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작품입니다. 쌍둥이 자매의 바뀐 운명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학교 폭력, 그리고 푸른 청춘들의 로맨스는 화면 너머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학창 시절을 이미 지나온 어른의 시선으로 이 드라마를 바라보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겪는 상처와 갈등이 결코 가볍지 않으며,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거대한 서바이벌 현장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학원물을 넘어 세대 간의 이해와 인간 본성의 복잡한 결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줍니다. 학창 시절은 누구에게나 미숙하고 위태로운 시기입니다. 극 중 인물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과정을 보며 지나온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당시에는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작은 관계들과 타인의 시선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얼마나 작은 조각에 불과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드라마 속 아이들의 서사는 단순히 픽션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현실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질문을 던집니다. 나이가 들어 드라마를 다시 보니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 뒤에 숨겨진 감정의 결들이 더욱 또렷하게 읽힙니다. 서툰 열등감과 왜곡된 자존심이 타인을 향한 칼날이 되는 과정,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폭력 앞에 홀로 놓인 아이의 외로움이 깊은 안타까움을 남깁니다. 우리는 모두 한때 누군가의 친구였고, 어쩌면 방관자였거나 상처받았던 존재였기에 이 이야기가 더욱 남일 같지 않게 다가옵니다.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청춘의 단면은 아름다움 뒤에 숨은 서글픔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내가 강소영이라면
어린 시절에는 자존심이 극도로 강하고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극 중 강소영은 자신이 가진 우월감을 확인하기 위해 타인을 괴롭히고 짓밟는 악역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그런 비틀린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잡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남을 해코지하고 시기할 시간에 온전히 내 미래와 목표를 위해 공부에 더 집중했을 것입니다. 가고 싶은 대학이나 되고 싶은 모습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기에도 고등학교 3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보통의 고등학생들은 원하는 결실을 얻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학업에 매진합니다. 헛된 자존심 싸움이나 남을 향한 질투에 신경을 쏟을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타인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고 해서 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롯이 나 자신을 도약시키는 일에 온 힘을 다했을 것입니다. 드라마 속 강소영의 행태는 미숙한 10대의 비뚤어진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캐릭터의 악의가 지나치게 소모적으로 그려져 아쉬움이 남습니다. 타인에게 집착하느라 정작 자신의 삶을 망쳐가는 모습은 청소년기의 열등감이 얼마나 위험한 방향으로 터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나쁜 예시입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인물의 비극을 보며, 진정한 자존감은 남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데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내가 이은비라면
극 중 이은비는 집요하고 잔혹한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강에 투신합니다.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서 어린 마음에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지 마음이 아프지만, 만약 내가 이은비의 상황이었다면 절대 강물로 던져지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중한 내 인생을 고작 가해자들 때문에 포기하거나 스스로 해치는 일은 너무나도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극심한 폭력과 괴롭힘이 짓눌러 온다 해도, 내 삶을 지킬 방법은 찾아보면 반드시 존재합니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더 이상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면 미련 없이 그 공간을 벗어나는 길을 택했을 것입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홈스쿨링을 통해 학업을 이어가며, 가해자들과 완벽히 격리된 상태에서 스스로를 보호했을 것입니다. 세상은 교실보다 훨씬 넓고, 나를 지켜주고 도와줄 어른들과 다른 기회들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쌍둥이 언니의 삶을 살게 되는 다소 극적인 설정을 취합니다. 이러한 전개는 극적 재미와 반전을 가져다주었지만, 극심한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현실을 피해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숨어들어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 씁쓸한 잔상을 남깁니다. 피해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당당히 거절하고 벗어나는 선택지가 드라마 속에서도 더욱 주체적으로 다루어졌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어떠한 절망적인 순간에도 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으며, 나를 지켜내는 가장 큰 힘은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