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힘, 나의 힘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을 보며 통쾌하게 웃었습니다. 대대로 엄청난 괴력을 물려받은 3대 모녀가 세상의 악당들을 시원하게 물리치는 모습을 보니, 매일 집안일과 회사 일로 지쳐 있던 제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어머니들이 바라는 영웅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현실에서는 힘없는 아줌마처럼 보여도,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또 우리들 엄마입니다. 드라마 속 모녀의 힘은 비현실적이지만, 자식을 향한 사랑과 세상을 바르게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만큼은 현실의 우리 엄마들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깊이 공감하며 시원하게 시청했습니다. 사실 우리 일상에서도 이런 '초능력'이 필요한 순간이 참 많습니다. 아침마다 전쟁 같은 출근길을 뚫고 회사로 향할 때, 혹은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집안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이미 남순이 못지않은 괴력을 발휘하고 있습니. 직장에서 밀려드는 업무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원칙을 지키며 중심을 잡으려고 애쓸 때마다 속으로 몇 번이나 남순이처럼 멋지게 문제를 해결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비록 드라마처럼 악당을 하늘 높이 날려버릴 수는 없지만, 매일 마주하는 작은 어려움들을 묵묵히 이겨내는 우리 모두가 어쩌면 자기 삶의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유쾌한 응원가처럼 다가와 참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
내가 강남순이라면
만약 제가 드라마 속 남순이처럼 엄청난 힘을 가진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괴력을 가진 남순이는 무서울 것 없이 당차게 세상에 맞서지만, 겁 많고 조심성 많은 현실의 제가 그 힘을 가졌다면 아마 훨씬 더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우선 그 엄청난 힘을 함부로 쓰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조심 또 조심했을 것입니다. 직장에서 물건을 나르거나 정수기 통을 갈 때 슬쩍 힘을 보태며 '우렁각시'처럼 동료들을 도와주는 정도로만 소박하게 힘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튀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 이 힘을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매일 밤 행복한 고민에 빠졌을 제 모습이 그려져 혼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제 두 딸아이를 키울 때 이 힘을 가장 유용하게 썼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힘들다고 징징거릴 때, 양팔에 한 명씩 번쩍 안아 들고 집까지 가볍게 걸어가는 다정한 엄마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또 아이들이 타보고 싶어 하는 놀이기구가 있다면 제 힘으로 안전하게 붕붕 태워주며 세상에서 가장 신기하고 든든한 엄마가 되어주었을 것입니다. 남편이 무거운 짐을 들고 끙끙거릴 때 짐을 가볍게 뺏어 들며 윙크 한 번 날려주는 유쾌한 아내의 모습도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의 저는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평범한 엄마이지만, 만약 그런 힘이 있었다면 오롯이 내 소중한 가족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는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 방식대로 각색
제가 만약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면, 엄청난 괴력을 가진 영웅이 아니라 오히려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아주 연약하고 평범한 인물로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습니다. 사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아주머니들 중에 남부럽지 않은 대단한 힘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화려한 초능력 대신, 직장 생활과 육아를 통해 다져진 '차분한 경청'과 '따뜻한 공감 능력'을 최고의 무기로 삼아 세상을 돕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무작정 힘으로 부딪쳐 악당을 물리치는 대신, 상대방의 아픔을 가만히 들어주고 얽힌 실타래를 원칙에 따라 차근차근 풀어가는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거창한 정의가 아니더라도, 내 주변의 이웃과 동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밝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도 큰 소리를 내며 싸우기보다는 중간에서 서로의 입장을 부드럽게 조율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동료가 있다면 그 사람의 편에 서서 조용히 원칙을 짚어주며 방패가 되어주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집에서는 두 아이가 밖에서 속상한 일을 겪고 돌아왔을 때, 세상을 다 아는 척 섣부른 조언을 건네기보다 "엄마도 어릴 땐 참 무서웠단다" 하며 아이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남편이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때도 조용히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마음의 짐을 나누는 아내의 모습을 담는 것입니다. 비록 악당을 하늘 높이 날려버릴 수 있는 힘은 없을지라도,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기에 타인의 아픔을 더 깊이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포근한 영웅의 이야기라면, 지금을 살아가는 수많은 평범한 어머니들에게 "당신이 지금 하는 그 작은 배려가 바로 세상을 구하는 힘"이라는 더 깊은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