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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교시는 인싸타임 (인싸 아싸, 익명 커뮤니티, 자존감)

by eunhaji 2026. 4. 6.

 

아이가 10대라 요즘 학교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김우석이라는 가수를 응원한 적이 있어 보게 되었습니다. 유치할 것도 같고 너무 어린 친구들이 나와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 속에 청소년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는데 옛 저의 학창 시절도 기억나고 공감 가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보다 보니 어느새 직장 동료 얼굴이 겹쳐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학교와 직장, 결국 장소만 다를 뿐 사람 사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인싸와 아싸

드라마 속 주인공 김지은은 같은 반 친구들이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감이 없는 아싸입니다. 그런데 지은이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핸드폰을 주운 후 인싸앱 관리자가 되어 실명으로 친구들이 쓴 글들을 알게 되고 그걸 통해 친구와 사귀는 통로로 사용합니다. 방법이 부자연스럽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지은이는 그만큼 절실하게 친구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지은이는 친구가 없는 이유가 성격 탓이라기보다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관계, SNS소통 등 굉장히 중요하며 반에서의 위치가 곧 나의 가치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느끼는 불안과 생존방식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구도는 존재합니다. 회의에서 발언 한 번 못 하고 끝나는 사람, 팀 회식 때 자리 배치조차 어색한 사람, 학교의 언어만 다를 뿐, 인싸와 아싸의 구분은 어른들의 세계에도 엄연히 살아 있습니다. 청소년 심리를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또래 집단 내 소속감 결핍은 자존감 저하와 직결되며, 이는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저는 인싸도 아니고 아싸도 아니지만 이것에 불안하거나 외롭지도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의 결과물에 더 집중하는 것이 제 현실입니다.

드라마에서 제가 눈여겨본 인물은 모봉구입니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타인의 시선에 극도로 민감하고 자신의 약한 면을 철저히 숨깁니다. 제 직장 동료 한 명이 딱 이 모습입니다. SNS 게시글 좋아요 수와 댓글을 매일같이 확인하고, 누군가 자기 글에 비판하면 실제로 기분이 상하는 친구입니다. 얼마나 외로우면 저럴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안쓰럽습니다. 모봉구와 같은 사람은 드라마 속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익명 커뮤니티

드라마의 핵심 소재 중 하나가 학교 커뮤니티 앱 인싸타임입니다. 여기서 인싸타임은 익명 기반 SNS 플랫폼(Anonymous-based SNS Platform)으로 기능합니다. 익명 기반 SNS 플랫폼이란 게시자의 실명이 공개되지 않아 자유롭게 의견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소통 공간을 뜻합니다. 학교 내 모든 소식이 이 앱을 통해 공유되고, 저격 글과 소문도 이 공간에서 퍼집니다.

제가 보기에 이 설정은 꽤 현실적입니다. 익명이라는 보호막 아래서 사람들은 평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꺼냅니다. 용기 있는 고백도 나오고, 누군가를 향한 악의적 저격도 나옵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같은 공간에서 아무 구분 없이 섞여 흘러간다는 점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온라인 언어폭력 피해 경험률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익명 채팅 및 커뮤니티 환경에서의 피해 비중이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 드라마가 이 지점을 꽤 정확하게 짚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예전에 직장 내 익명 게시판이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처음엔 소통 창구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 팀이나 개인을 겨냥한 글들이 늘어났습니다.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메뉴를 꼭 팀장이 정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불만이라고 적은 글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같은 팀 사람 말고 다른 팀 친한 사람이랑 먹고 싶다고도 발언한 글이 있었습니다. 즐거운 점심시간조차 스스로 할 수 없음을 얘기하는 것이었고 저는 공감했습니다. 이 글이 올라온 이후 팀장들은 팀장들끼리 밥을 먹으러 나갔고 팀원들이 자유롭게 점심을 즐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팀장들은 기피대상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입장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익명이라는 조건이 사람을 더 용감하게 만드는 동시에, 더 무책임하게도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인싸타임이라는 설정이 단순한 드라마 장치가 아니라, 지금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디지털 소통의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익명커뮤니티는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서라면 없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존감

드라마 전체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하나입니다. 인정 욕구(Need for Approval)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 자신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인정 욕구란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심리적 욕구로, 이것이 지나치면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타인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게 됩니다. 지은이 처음에 그랬고, 우빈도 그랬고, 봉구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인정 욕구라는 건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도 20대엔 타인의 시선이 꽤 중요했습니다. 상사 눈치를 보며 필요하지도 않은 야근을 했고, 동료들 사이에서 튀지 않으려고 의견을 삼킨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30대 중반이후 그러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금 제 모습과 가족의 건강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은의 변화 과정이 좀 급하게 그려진 느낌입니다. 갑자기 깨닫고, 갑자기 관계가 전환되는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초반 집중력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더디고 혹독합니다. 관계 맺기는 며칠 만에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도 드라마가 담으려 한 메시지, 즉 인기나 소속감 때문에 자기를 숨기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결국 진짜 관계를 만든다는 것, 이 부분은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디서든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친구부터 어르신까지 결국 사람은 자존감(Self-Esteem)이 낮아질수록 타인의 평가에 더 많이 기댑니다. 자존감이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얼마나 인정하느냐의 정도를 나타내며, 이것이 흔들릴 때 사람은 외부의 인정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지은도, 봉구도, 서리도 결국 자존감의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공감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드라마였습니다. 직접 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 드라마는 10대와 함께 어른도 봐야 할 이유가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압박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자존감이 낮아질 때엔 나에게 더 집중하고 사랑해 보기를 제 자녀들에게도 권해보려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1qnqv4Rkp8&t=75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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