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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어게인 (익숙함, 조력자, 아쉬움)

by eunhaji 2026. 5. 1.

 

가장 소중한 사람 곁에 있으면서도 왜 우리는 자꾸 그걸 잊고 살까요? 18 어게인을 보고 자고 있는 아이들 방에 조용히 들어가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라고 속삭였습니다. 익숙함에 감사함을 잊고 살았던 것을 알게 해 준 드라마 작가님께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잘못된 익숙함

작년 10월, 저는 한 달 안에 장례식장을 다섯 번 다녀왔습니다. 다녀올 때마다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제대로 잘해줘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돌아오면 또 일상이 반복되고, 별것 아닌 이유로 짜증을 내고, 저녁을 두 번 차리게 한 남편과 숙제 때문에 아이에게 제 감정이 표출되어 짜증을 부렸었습니다.

드라마 속 대영이가 이런 말을 합니다. "잃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 잃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그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드라마를 보던 중 남편 얼굴을 옆에서 한번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밥 먹을 때 괜히 짜증 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감각 적응(Sensory Adaptation)'이라고 합니다. 감각 적응이란 반복적으로 같은 자극에 노출될 때 그 자극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매일 옆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 소중함을 느끼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가족에게 무뎌지는 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인간의 본능적인 메커니즘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긍정심리학 연구에서는 감사 일기나 의도적인 음미 행동이 관계 만족도를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저는 드라마 시청 이후 아이들 방에 조용히 들어갔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이들의 조력자

대영이가 18살로 되돌아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들어간 설정이 좋았습니다. 수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어떻게 생활하는지 cctv로 시청하고 싶은 마음까지 있지만 현실 불가능한 모습입니다. 현실은 안되지만 드라마이기에 가능했고 이를 통해 대리만족 하였습니다.

대영이는 아들 시우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담임선생님도 몰랐고, 엄마 다정이도 몰랐습니다. 시우 본인이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제 속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왜냐하면 며칠 전 킨텍스 과학축제에서 둘째 아이가 AI에게 직접 질문을 입력했는데, "나는 친구가 2명밖에 없어. 너는 친구가 몇 명이야?"라는 대화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 한 줄이 며칠째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2명이면 괜찮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단짝친구 같은 느낌이 아니기에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부모가 들어갈 수 없는 그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것,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해도 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대영이처럼 아이 곁에서 친구가 되어 줄 수 없으니 답답함만 남습니다.

드라마에서 대영이가 보여주는 조력자 역할은 부모들이 해주고 싶은 영역이였습니다. 아이들이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옆에서 적절히 지원해 주면서 바르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대영이가 시우 곁에서 해주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단순히 타임슬립 로맨스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다루는 성장 드라마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2023년 방송통신위원회 드라마 콘텐츠 분석 보고서에서도 가족 관계 중심 서사가 시청자 공감 지수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

아쉬움,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삶

한 가지는 아쉬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영이가 고우형이라는 18살 신체로 다정이와 키스하는 장면은 감정적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연출 상 조심스러웠어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만 불편하게 느낀 게 아닐 거라고 봅니다.  두 사람이 실제 부부 사이이고 감정이 격해지는 맥락이라 해도, 극 중 외형 설정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포옹까지는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다루어주었으면 한국정서에 맞는 더 좋은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말에서 대영이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경기에서 이길 때보다 아이들이 처음 걸을 때가 더 기뻤다." 저도 제 경험상 이게 진짜 맞습니다. 아이가 처음 '엄마'라고 불렀던 그 순간이 지금도 제 인생에서 가장 선명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또 좋았던 부분이 다정이가 아나운서의 역할로 돌발상황에서 문제를 잘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 시우가 두 손을 불끈 쥐어지며 우영이게게 농구를 다시 해보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부모의 모습에서 아이들의 길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세상적인 기준에서 제 모습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작은 부분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도 아이들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되어 모든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입니다.

드라마가 끝난 뒤 내 삶을 잠깐이라도 돌아보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kTirJ3ECMM&t=387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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