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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더블유) (메타픽션, 생존의지, 해피엔딩)

by eunhaji 2026. 5. 14.

 

예전에 신선했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바로 2016년 MBC에서 방영되었던 W(더블유)였습니다. 당시 드라마 연출이 굉장히 독특하고 이전에 없었던 멜로드라마여서 제가 두 번이나 봤던 드라마였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상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연주가 되어 잘생기고 능력 있는 강철 앞에서 "제가 살려낸 거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속으로 몇 번이나 그려봤는지 모릅니다. 부끄럽지만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깊이 들여다보니, 이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었습니다.

메타픽션

W는 메타픽션(Meta-fiction) 기법을 드라마 전체의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 메타픽션이란 작품 속 인물이 자신이 허구의 세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사실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 동력이 되는 서사 방식입니다. 단순히 만화 세계와 현실이 교차하는 설정이 아니라, 강철이라는 인물이 "나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당시 국내 드라마에서는 꽤 보기 드문 시도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강철이 자신이 살던 세상이 조작된 가짜임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웹툰 세계가 그냥 멈춰버리는 연출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강철의 자의식이 너무 강해진 나머지 작가의 의도를 거부하고 스스로 스토리를 바꿔나가는 인물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작가 오성무가 이야기를 막다른 곳에 몰아넣으면 강철도 반란을 일으켜 구조가 계속 뒤집혀 나가는데 생각보다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강철 캐릭터가 웹툰 세계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서사적 자율성(Narrative Autonomy)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서사적 자율성이란 작가가 설정한 이야기의 경로를 인물 스스로가 이탈하거나 재구성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강철은 단순히 주어진 운명을 따르지 않고, 진범을 찾고 자신의 결말을 직접 선택하려 합니다. 이런 구조는 독자 혹은 시청자로 하여금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감정 이입을 극대화시킵니다.

생존의지

강철이 살고자 하는 자의식을 보며 생존의지라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몇 년 전 담낭 안에서 담석(Gallstone)이 이동하면서 췌장을 건드리는 바람에 응급실로 실려간 적이 있습니다. 극심한 복통을 유발하며 췌장염으로 이어졌고 결국 전 입원과 수술을 했었습니다. 췌장이 회복되려면 물도 마시면 안 된다고 하여 일주일 이상을 수액으로만 살았고 수액바늘 위치를 변경하기도 하고 피를 뽑아가야 하는 고통 속에서 솔직히 아주 잠깐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다시 정신 차린 것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과 남편의 목소리를 들은 이후 였습니다. 그때부터 살고자 하는 마음에 간절함이 생겨 통증으로 걷지 못하는 내가 병원복도를 수십 번 걷기도 하였더니 신기하게도 염증 수치가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담낭 절제술(Cholecystectomy)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한 달여의 입원 기간 동안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수도 없이 들었지만, 기도하며 버텼더니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강철이 "역전승"을 다짐하며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 유독 마음에 남았던 건, 아마 그 시절 제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각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간절함은 실제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해피엔딩

드라마 결말에 대한 의구심은 남습니다. 강철과 연주가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동안, 오성무는 멀리서 딸을 바라보다 혼자 사라집니다. 작가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소멸하는 이 구조가, 저는 아직도 마음에 걸립니다. 연주와 강철에게는 해피 엔딩이지만 연주아빠에게는 새드 엔딩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엔딩이 진짜 최선이었을까요? 제가 연주였다면 강철이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엔딩에서 그냥 마무리했을 것 같습니다. 웹툰은 웹툰으로 끝맺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가 현실로 넘어와 진짜 생명처럼 살아가는 결말은, 어떤 면에서는 진짜 생명력이 가짜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 같은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W는 한 편의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 질문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생존의지와 간절함이 실제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해피 엔딩이든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는 것을 아게 해 줍니다.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로맨스보다 강철이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들에 집중해서 보시길 권합니다. 그 장면들이 이 드라마를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닌 레전드로 만든 진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시청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qNNePBt5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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